[르포]"머그잔에 마시던 커피, 테이크아웃 해주세요"

추우진 인턴기자
2019.08.02 12:16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 시행 2년…머그잔 마시다 소량 테이크아웃 '머테족', 종이컵 꼼수부리는 가게 등 규제실효성 고민해야

"매장에서는 확실히 플라스틱 컵을 쓰지 않지만 머그잔이나 유리잔으로 마시다가 남은 음료를 플라스틱 컵으로 테이크아웃 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많다. 일회용 용기를 규제하는 실효적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 (A카페 고객 직장인 고모씨)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가 2일로 시행 2년째를 맞았다. 처음 시행될 때의 어수선함은 사라졌지만 규제로 인해 발생한 다른 문제들이 '환경 보호'라는 제도 시행 취지를 퇴색하게 한다. 플라스틱 사용규제 실태는 어떨까.

'머테족'은= 컵 규제가 생긴 후 새로운 고객유형이 생겼다. 매장에서 재사용 가능한 머그를 이용하다가 남은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다시 테이크아웃하는 고객들이다. 설거지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같이 늘려주는 '머테족'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B카페를 찾았다. 커피 마시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중 한 손님이 직원에게 "남은 음료 테이크아웃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직원은 익숙한 듯 "얼음 더 넣어서 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일회용컵에 음료를 옮겨 담았다. 1시간 동안 매장 안에서 머그잔에 음료를 마신 23명 중 2명이 마시던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나갔다.

오후에 방문한 명동 A카페에선 11명의 매장 내 이용고객 중 4명이 중간에 음료를 가지고 나가기도 했다. A카페 직원은 "작년에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되고 나서 회사도 방침도 그걸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피크타임엔 무용지물= 이용객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카페를 방문해보니 매장에서 여전히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직장인 밀집 지역인 서울 중구 카페 15곳 중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만 사용하는 곳은 단 4곳이었다.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 카페 매장 내부에서 고객이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아 이용하고 있다. /사진=추우진 인턴기자

소규모 커피전문점 7곳은 머그잔이나 유리잔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인 C카페 직원은 규제를 지키기 어렵냐는 질문에 "점심시간에 얼마 안 있다가 나가면 다시 일회용 컵으로 바꿔줘야 하고, 위생을 이유로 머그잔 사용을 꺼리는 고객들도 있다"며 난감해했다. 게다가 규제 시행 이전에 개업한 가게다 보니 유리잔을 씻을 싱크대 공간을 새로 마련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소공동에 위치한 유명 프랜차이즈 D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머그잔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금방 나갈 거니까 그냥 테이크아웃컵으로 바로 받았다"며 "굳이 머그잔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종이컵, 눈가리고 아웅=조사한 카페 16곳 중 4곳은 매장 안 음료와 테이크아웃 음료 모두 종이컵에 제공했다. 명동 E카페에서는 분홍색과 노란색이 섞인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받을 수 있었다.

1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는 매장에서는 음료를 종이컵 용기에 담아 제공했다. /사진=추우진 인턴기자

E카페 직원은 "1회용품 규제 시작하고 유리컵으로 바꿨는데 자주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신 친환경 소재 종이컵을 사용한다"고 했다. E카페는 매장 내에서 사용된 종이컵을 수거해 재활용센터로 보낸다고 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일회용품은 종이컵이 아닌 플라스틱 컵이다.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종이컵 재활용률은 1%에 불과하다. 내부 코팅 물질 때문이다. 종이컵이라 재활용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현재 플라스틱 컵만 규제를 하다 보니 종이컵을 쓰는 꼼수가 쓰이고 있다. 종이컵에 대해서도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는 10월에 일회용품 감축 로드맵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종이컵 사용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컵 매장 내 이용 금지 1년 차, 카페 안에서의 플라스틱 컵 사용이 많이 줄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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