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전격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상황 대응이라는 시급성에 더해 계약당사자인 한은과 미 연준의 긴밀한 교류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은행은 19일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이 600억달러 규모의 양자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를 교환할 수 있는 계약을 말한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스와프 체결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며, 최근 달러화 수급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다. 계약 체결 발표 당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새 177원 내렸고,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은 178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은 경쟁입찰방식 외화대출 원천이 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이같은 통화스와프 계약체결에는 한국은행이 평소 미 연준 인사들과 맺어온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BIS(국제결제은행) 이사로 선임되면서부터 국제 중앙은행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대우가 크게 높아졌다"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과는 BIS 총재회의에서 거의 격월로 만나는 사이고, 이렇게 쌓아온 네트워크가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2~2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파월 의장과 단독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도 이때부터 본격 추진됐다.
미 연준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결 안건이다. 한국은행과 미 연준이 계약 당사자라는 의미다. 외환정책은 미 재무부 관할이지만, 통화스와프 계약은 연준 관할이다.
2008년 당시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에 참여했던 전직 관료에 따르면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해 설득해야 할 사람은 3명으로 압축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리처드 클라리다 미 연준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다.
리처드 클라리다 미 연준 부의장도 BIS총재회의에서 교류하는 사이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종종 파월 의장을 대신하기도 하는 등 BIS총재회의에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총재는 한국은행과 특히 인연이 깊다.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 2017년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자격으로 서울에서 열린 BOK국제컨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주열 총재는 다음 해인 2018년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출장길에 샌프란시스코 연은 본부에 들러윌리엄스 총재를 예방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당시 차기 뉴욕연은 총재로 임명된 상태였다. 윌리엄스 총재 역시 BIS총재회의 정식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