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현대차·기아, 동남아 생산 '휘청'…중국 저가 공세에 밀렸다

잘나가던 현대차·기아, 동남아 생산 '휘청'…중국 저가 공세에 밀렸다

강주헌 기자
2026.05.19 05:30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사진=뉴스1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신흥시장을 향한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대자동차·기아의 아세안 주요 거점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중국 브랜드에 아세안 시장 주도권을 내줄 경우 글로벌 점유율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공장(HMMI) 가동률은 37.7%였다. 전년 동기(56%)와 비교해 불과 1년만에 가동률이 반토막 난 셈이다. 생산 물량도 2024년 1분기 2만2520대, 지난해 1분기 1만8150대, 올해 1분기 1만2540대로 감소세다.

아세안 공략의 또 다른 거점인 베트남 공장(HTMV)도 가동률이 44.6%로 전년 동기(55.5%) 대비 10%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2만1100대에서 2만7100대로 확대됐지만 실제 생산실적은 1만1700대에서 1만2085대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판매 실적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베트남 공장의 1분기 판매량은 1만2597대로 전년(1만3934대) 대비 9.6% 줄었고 인도네시아 공장은 1만7189대에서 1만4703대로 14.5% 감소했다.

100%를 웃도는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국내 공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은 1분기 가동률 103.7%를 기록했고 국내 공장도 102%였다. 특근을 동해 생산능력 이상으로 공장을 가동했다는 의미다.

동남아 거점 공장 가동률 저하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가 자리잡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현지 소비자 구매력에 맞춘 저가 전기차·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아세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브랜드의 물량 공세가 현대차(663,000원 ▼37,000 -5.29%)·기아(162,500원 ▼5,500 -3.27%)의 현지 판매 기반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센 신흥국 시장에서도 제조 역량과 공장 가동률을 조속히 정상 궤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흥국 시장을 중국에 내줄 경우 글로벌 점유율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동남아에서 중국업체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기존에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던 일본차는 물론 한국차도 경쟁 압박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동남아에서 일본 차량 제조업체의 점유율은 73%에서 5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8%에서 11.5%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가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아세안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면서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신흥국 시장 경쟁이 갈수록 버거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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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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