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부 계획대로면 통합재정수지가 흑자인 해에는 국가채무비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재정준칙을 준수하게 되는 허점이 있다. 근본적으로 재정준칙이 유연한 재정지출을 막아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이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 기재위는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정부가 입법을 통해 도입하려는 재정준칙은 2025년부터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하,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에 근거해 나랏빚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기재위는 총괄 검토의견에서 두 가지 근본 문제를 지적했다. 우선 국가채무 한도로 국가재정이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이것이 다시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이 ‘국가재정의 유연한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위는 정부 재정준칙이 재정수입 증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강력한 지출제한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민 복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출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준칙 산식’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가운데 한 지표가 기준치를 초과해도 다른 지표가 보완할 수 있도록 산식을 ‘(국가채무비율/60%) × (통합재정수지 비율/-3%) ≤ 1.0’로 정했다.
기재위는 이런 산식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이 60%보다 낮아지는 경우 오히려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기준이 완화돼 재정의 확장적 운영을 허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식이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가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통합재정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최종 숫자가 마이너스가 나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무한정 허용된다는 것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실제로 2017년, 2018년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가 재정수지 지표를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로 정한 것도 지적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재정건전성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통합재정수지보다 적자폭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정준칙 기준으로는 관리재정수지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기재위가 재정준칙의 각종 문제를 지적하면서 입법화가 또 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처럼 정파색이 옅은 이슈에선 전문위원회의 검토보고서가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2016년에도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했다. 국가채무비율 45%, 관리재정수지 비율 ?3% 아래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정건전화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번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에 대해선 여야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미루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사회적으로 ‘재정지출 확대’ 요구가 큰 상황에서 정치권이 재정준칙 도입을 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