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이 14일 시멘트와 전기, 비료, 철강, 알류미늄에 적용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국경세) 초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해당 제품을 EU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탄소 배출권의 일종인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에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발표에 대해 법안 내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입장을 마련한 후 한국 배출권거래제·탄소중립 정책을 충분히 설명해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15일 밝혔다. 한국이 EU로부터 동등성을 인정받는 경우 기업들이 기존에 구매한 배출권이 CBAM 인증서와 같은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EU는 이날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법안을 발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엄격한 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나라로 생산시설이 옮겨가지 않도록 일종의 벌칙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EU가 자국내 산업을 지키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일단 시멘트와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에 적용된다. 한국의 경우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의 경우 지난해 221만3680톤(약 15억2300만달러 규모)를 EU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U에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생산시설 내에서 발생한 직접배출만 해당한다. 원산지에서 탄소가격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CBAM 인증서 수량을 감면받을 수 있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 시장가격과 연동된다. CBAM 당국은 매주 경매된 EU 배출권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오는 2023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며, 전환기간인 2025년 12월31일까지는 보고의무만 부여되고 재정조치는 실시되지 않는다. 앞으로 3년간은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없으나, 그 이후에는 EU가 정한 기준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경우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외에 이날 EU는 2035년부터 유럽내 신규 휘발유, 디젤 등 화석연료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그동안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WTO(세계무역기구) 규범에 합치하게 설계해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조정이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EU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를 CBAM과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배출권거래제와 RE100, RPS(신재생에너지의무발전) 등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된 국내 제도를 점검하고 민관 공동협의회를 열어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해서는 세제와 금융지원, 탄소중립 기술 관련 R&D(연구개발) 지원책을 연내 마련한다.
특히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철강분야에 대해서는 정책연구용역을 실시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린철강위원회 등 협의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15일 오후 3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박 차관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이 우리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업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