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힘들게 살잖아?"…2030 홀린 '치이카와' 반전 매력

"나처럼 힘들게 살잖아?"…2030 홀린 '치이카와' 반전 매력

김서현 기자
2026.10.1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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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엠지]<17> 먼작귀(치이카와)의 반전매력에 빠진 2030

[편집자주]  '요즘 애들'이라는 말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MZ세대의 '지금'은 어떨지, '오'늘의 '엠지'세대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실까요.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아이파크몰에서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 굿즈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아이파크몰에서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 굿즈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혹시 '한정선랏코'가 남아있을까 해서 와봤어요. 역시 없네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있는 '치이카와샵'은 평일 오전인데도 방문객들로 붐볐다. 오전 10시30분 개장과 동시에 줄 서 있던 시민들은 매장으로 들어섰고, 새로운 대기 인원이 자리를 채웠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일본 캐릭터 '치이카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이라는 뜻의 '먼작귀'로도 불리는 치이카와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뿐 아니라 캐릭터 문구와 중고거래 시장까지 장악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윤모씨(31)는 딸기찹쌀떡 모찌를 뒤집어쓴 모습의 한정판 인형인 '한정선랏코'를 구하러 왔다고 했다. 이 상품은 최근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찹쌀떡 브랜드 '한정선'에서 따온 별명이다.

윤씨는 "인기가 워낙 많아 2만원대 인형이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20만원대에 올라온다"며 "5만원대 매물이 보여 신나게 들어갔는데 판매글이 아니라 구매글이어서 실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치이카와샵을 방문하기 위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17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치이카와샵을 방문하기 위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지난 7일 해당 상품이 입고됐을 때는 구매자들이 전날 밤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상품을 구하러 가는 일을 "치이카와 '토벌'에 나선다'라고 부른다. 애니메이션 세계관에서 괴물 퇴치를 뜻하는 표현이다.

용산아이파크몰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00명 정도가 치이카와샵을 방문한다"며 "극장판 '인어의섬'이 개봉하기 전인 지난달 20일쯤부터 방문객이 2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치이카와의 인기는 극장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치이카와 극장판 '인어의 섬'은 개봉 열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1일부터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이다. CGV가 영화 개봉에 맞춰 출시한 캐릭터 팝콘통도 1·2차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치이카와도 나처럼 살아"…일상에 지친 2030세대 공감

2030대가 치이카와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귀여운 외모와 대비되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다. 작고 동그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다.

영화 등장 캐릭터들은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주택 청약으로 집을 마련하는 설정도 등장한다. 돈을 벌기 위해 잡초를 뽑거나 레몬에 스티커를 붙이고, 괴물을 토벌하는 등 노동의 모습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극장판에는 스릴러 요소까지 더해졌다. 영화는 높은 보수를 약속하는 광고를 보고 섬으로 떠난 캐릭터들이 위험에 처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현실의 불안과 갈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성인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치이카와 캐릭터 '하치와레'가 제초 자격증을 공부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치이카와 캐릭터 '하치와레'가 제초 자격증을 공부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치이카와에 관심을 갖게 된 직장인 손모씨(28)는 "동화같은 그림체에 그렇지 못한 반전 내용이 매력적"이라며 "귀여운 캐릭터들이 일상의 풍파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담겨서 더 정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7)는 "만화에 자본주의가 스며든 느낌이 든다"며 "치이카와는 집이 당첨돼 번듯한 공간에서 사는 반면, 하치와레는 돈이 없어 문도 없는 동굴에서 사는 모습이 현대 사회를 반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연대의 모습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직장인 신모씨(28)는 올해 추석에 치이카와 캐릭터들을 본뜬 송편을 빚어 먹었다"며 "캐릭터들이 마치 사람처럼 서로를 도와주는 따뜻한 품성을 지녀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과 직장 생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치이카와 속 등장인물들의 실패와 성장 과정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키덜트 열풍이 확산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도 성인 관객의 취향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다"며 "치이카와 애니메이션에는 일상의 좌절 등 성인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취업난 등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층이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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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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