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용의자 DNA 나왔는데…흉기까지 잃어버린 헌병대[뉴스속오늘]

살해 용의자 DNA 나왔는데…흉기까지 잃어버린 헌병대[뉴스속오늘]

마아라 기자
2026.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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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상사 염순덕 피살 사건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고(故) 염순덕 상사 사망 사건 관련 방송에 나온 소개 사진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고(故) 염순덕 상사 사망 사건 관련 방송에 나온 소개 사진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2024년 10월18일. 23년 전 군부대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다 살해된 육군 부사관의 유족에게 국가가 9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력 용의자들의 담배꽁초를 수사 단서에서 제외했고 살해 도구로 추정되는 몽둥이마저 분실했다.

15년 만에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용의자들 알리바이가 조작된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결국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됐지만 누가, 왜 군인을 살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에 남겨진 담배꽁초…수사기관은 증거에서 제외

2001년 12월11일 당시 35세였던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염순덕 상사는 부대 회식을 마친 뒤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부사관 등 군 관계자 3명과 별도로 술을 마셨다.

이후 귀가하던 염 상사는 경기 가평군 한 도로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머리와 얼굴을 둔기로 여러 차례 맞은 상태였다.

사건을 수사한 헌병대는 처음에 교통사고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후 경찰이 현장 인근 하천 자갈밭에서 염 상사의 피가 묻은 대추나무 몽둥이를 발견하면서 살인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 몽둥이는 야구방망이만큼 굵었으며 염 상사를 살해하는 데 사용된 흉기로 추정됐다.

고(故) 염순덕 상사 사망 사건 관련 피해자 발견 당시 모습과 증거로 채택된 담배꽁초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고(故) 염순덕 상사 사망 사건 관련 피해자 발견 당시 모습과 증거로 채택된 담배꽁초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현장에서는 유력한 수사 단서도 발견됐다. 경찰이 도로변에서 수거한 담배꽁초 2개에서 사건 당일 염 상사와 술자리를 함께했던 수송관 준위와 기무사 소속 중사의 유전자가 각각 검출된 것이다.

두 사람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당구를 쳤다는 군납업체 대표의 진술이 나오면서 수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군납업체 대표는 사건 당시 두 사람이 자신을 비롯한 일행과 당구장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헌병대는 이 진술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된 담배꽁초는 수사 단서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염 상사의 죽음은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처리됐고, 유족은 범인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15년 만의 재수사서 드러난 거짓 알리바이…용의자는 사망

15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고 염순덕 상사 사망사건이 2015년 태완이법 실시 이후 재수사에 들어갔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5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고 염순덕 상사 사망사건이 2015년 태완이법 실시 이후 재수사에 들어갔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건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2015년 7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다. 경찰은 장기간 미제로 남아 있던 염 상사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재수사에서는 과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당시 수송관 준위와 기무사 소속 중사가 당구장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과 당구를 쳤다고 진술했던 군납업체 대표는 군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두 사람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분석이 부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용의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된 담배꽁초 외에 다른 담배꽁초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재수사에서도 사건의 진상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염 상사를 직접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던 기무사 소속 중사는 2018년 성매매 및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된 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피의자로 입건된 수송관 준위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지만,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결국 유력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살인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살해 도구까지 분실한 헌병대…23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시스

유족은 2018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헌병대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오랜 기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고, 보훈 보상 대상자로 인정받는 것도 지연됐다는 이유였다.

사건 발생 23년 만인 2024년 10월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손승온)는 국가가 유족에게 총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사건 발생 초기에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의 부실한 수사를 진행해 증거확보가 매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망인을 살해한 범인, 살해 경위 및 동기 등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헌병대가 유력 용의자들의 유전자가 검출된 담배꽁초를 수사 단서에서 제외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헌병대는 담배꽁초 등 가장 중요한 물증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믿을 수 없다고 단정 지어 수사단서에서 제외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살해 도구로 추정되는 대추나무 몽둥이를 분실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한 몽둥이는 헌병대가 보관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졌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살해 도구를 분실하고 그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그 자체로 과실이 중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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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아라 기자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입니다. 연예·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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