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들에게도 규제는 신산업의 탄생과 성장을 막는 대못이다. 이런 대못을 뽑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선진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행한 '제도·규정 분석을 통한 국내 규제 샌드박스 법제 개선 연구'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는 영국의 금융 규제당국 금융감독청(FCA)이 만든 핀테크 기업 지원 전담부서 이노베이션 허브에서 시작됐다.
이노베이션 허브는 △사전준비 △승인 △사후지원 등 세 단계로 구성됐다. 신기술을 보유했지만 금융규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핀테크 기업들에게 규제 컨설팅을 제공하고, 시장 진출을 도왔다. 영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정식 허가 이전에 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었다.
이노베이션 허브를 발전시켜 2015년 11월 도입한 것이 세계 최초의 규제 샌드박스다. 영국 금융당국은 일년에 두번 신청을 받아 최대 6개월간 실증을 허용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서비스가 혁신성과 소비자 편익 증가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인정되면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투자유치 효과도 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영국 규제 샌드박스 1~2기(2016년 7월~2017년 7월)에 참가한 기업들은 총 1억2610만달러(약 15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니바우라(Nivaura)와 부동산 중개 전문 스타트업 네스티드(Nested)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다른 국가들도 해당 제도를 앞다퉈 도입했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은 금융분야로 한정됐던 영국 규제 샌드박스의 범위를 넓혀 교통, 환경,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규제개선을 시도했다.
일본은 '초스마트 사회'로의 변화에 과거 규제 제도가 장애물이라 판단하고 2018년 6월 생산성향상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과거 일본 정부는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사업자가 제출해야만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는 큰 모순점을 갖고 있었는데, 규제에 묶인 신산업 기업들은 법상 데이터 취득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를 깨기 위해 도입된 일본의 규제 샌드박스는 범위에 제한이 없고, 추진체계가 일원화 돼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본경제재생종합사무국 내 '신기술 등 사회구현추진팀'이 관련 사무를 총괄한다. 해당 팀이 프로젝트·지역 단위 신기술 실증계획 신청을 받은 후 주무부처에 송부한다. 이 때 주무부처는 2개월 이내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시간만 끄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연방 전체를 총괄하는 규제 샌드박스는 시행되고 있지 않으나 미 재무부가 2018년 발표한 금융규제개선 권고안에 따라 주별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는 2018년 '규제 샌드박스 프로그램' 법률을 제정하고 참여자가 허가 없이도 금융시장에 참여해 서비스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와이오밍 주는 2019년 '금융기술 샌드박스법'과 '의료 디지털 혁신 샌드박스법'을 만들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 금융과 의료관련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의 규제 샌드박스는 전세계에서 심의기간이 가장 짧고, 기준이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싱가포르의 규제 샌드박스에 해당하는 '샌드박스 익스프레스'는 기업건전성과 기술혁신성이라는 두가지 기준만으로 기업을 심의한다. 정부는 해당사업 실증허용 여부를 21일안에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