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못해 미루고, 미루고…KAL 놓고 공정위 3차례나 모인 이유

세종=유재희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2022.02.22 16:58

[MT리포트] 아시아나, 날개 다나②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5부능선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오면서다. 이로써 M&A(인수·합병) 심사를 받아야 할 나라들 가운데 약 절반에서 승인이 내려졌다. 미국, EU(유럽연합) 등 나머지 경쟁당국들의 판단에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 여부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자리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22.02.22.

아무리 큰 기업의 M&A(인수·합병)라도 대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단 한번의 회의로 승인 여부가 결론난다. 많아봐야 두 번이다. 하지만 대한항공(KAL)의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는 달랐다.

두 회사의 합병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기까지 8명의 공정위원들은 이례적으로 3차례나 회의를 열어야 했다. '운임 인상 제한' 등 세부적인 시정조치 수준을 두고 공정위 심사관과 피심인(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이하 대한항공)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다. 심의를 맡은 공정위원들 사이에서도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을 평가하는 데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며 "그러나 시정조치에 있어 공정위의 역할, 조치 수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두고 합의점을 모색해야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심사와 관련해 지난 9일 전원회의에 참석한 8명 공정위원은 당일 결론을 내지 못하고 16일과 20일 추가로 두 차례 합의 과정을 거쳐 조건부 승인을 최종 결정했다.

심의를 맡는 공정위원은 통상적으로 심의 당일 최종 결론을 내린다. 공정위원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재차 합의하는 과정을 '합의 속개'라고 하는데, 이런 합의 속개가 2차례나 이뤄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공정위원들이 합의에 난항을 겪은 것은 시정조치 수준을 두고 공정위 심사관과 대한항공 간 의견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전원회의에서 "이번 M&A로 독과점이 발생하는 노선의 슬롯·운수권 반납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한항공은 평균 운임을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전인 2019년 운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런 시정조치를 수용할 경우 기업결합이 완료된 시점에도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운임료를 2019년 기준으로 내려야 해 부담이 크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원들은 공정위 심사관의 의견을 수용하되 대한항공의 의견을 함께 반영해 "국제선의 경우 코로나 상황 등을 반영해 운임 인상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의결서에 담기로 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심인(대한항공) 측이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2019년 기준으로 가격을 획일적으로 제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이에 따라) 위원회는 예외적으로 기업결합 시점에 시장 상황 검토해 반영하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운임료 인상 제한과 함께 공급 좌석 수 축소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공정위 심사관의 의견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은 "조치 수준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정위원들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 금지'가 시정조치에 포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시장은 노선이 다수인 만큼 공급 좌석 수 축소를 제한하지 않으면 향후 항공사가 일부 노선 좌석을 줄이고 다른 노선 좌석을 교묘하게 늘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정위원들도 이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물운송 노선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전원회의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공정위는 최종적으로 화물 노선은 여객 노선과 달리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전원회의에서 "화주들의 경우 이번 통합 이후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화물 노선에 대해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고병희 국장은 "화물운송 시장과 관련해 한국-북미, 한국-동남아 등 2개 노선에 대해 전원회의에서 논쟁이 있었다"며 "다만 공정위원들은 화물노선이 야간에도 운영되는 특성상 시간 민감도가 대체로 낮고 페덱스(FedEx), UPS와 같은 특송 사업자 등 경쟁사업자가 있어 경쟁제한성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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