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로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쓰이는 '원자력기금'이 최근 3년간 총 730여억원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금은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원전(原電) 운전으로 생산된 전전년도(2년) 전력량에 비례해 조성되는 미래 R&D 예산이다.
5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전날 '2021년 원자력기금(원자력연구개발계정) 순조성 현황'을 공시했다. 매년 약 2000억원 조성되던 기금은 탈원전 영향을 받은 2019년부터 3년간 평균 1734억원 조성에 그쳤다. 직전 3년(2016~2018년)과 비교하면 약 732억 4000만원이 줄어들었다.
이 기금은 1996년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정적인 연구개발 재원 확보를 위해 마련됐다. 발전용 원자로 운전으로 생산된 전전년도 전력량에 kWh당 1.2원을 곱한 금액으로 조성된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 발전량과 가동률(최대 발전량 대비 실제 가동 비율)에 따라 기금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안전 확보 명분으로 24기 원전에 대한 정비 기간을 2배 이상 늘렸다. 이에 따라 85% 이상 상회하던 원전 가동률이 탈원전 5년(2017~2021년)간 평균 71.5%로 급감했고 기금 조성에도 '연쇄 타격'을 입힌 것이다.
현재 기금운용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고, 연구재단이 위탁 관리기관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예산 감소는 물론 미래 원전 경쟁력에 핵심이 되는 원자로 연구 대신 원전 해체 R&D가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기금은 미래 기술과 인재 육성 등 재원으로 활용돼왔다"면서 "지난 5년간 원전 발전량의 감소로 기금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기금 운용이 원전 해체와 안전 분야에 편중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익 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원전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R&D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복원하거나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인력 양성 등에 재원을 투입하고 국민 편익에 기여하는 기술개발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