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인생 2모작 하나요"...죽어도 살아나는 전기차 배터리

시흥(경기)=김훈남 기자
2022.06.12 06:00

[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2회): 배터리 리턴즈①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 한국환경공단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검사를 마친 전기차용 배터리가 자동화설비에 보관 중이다. /시흥(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지금 도로를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어디로 갈까. 보통의 내연기관 자동차 배터리라면 그냥 버려지겠지만,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다르다. 일반 자동차에 비해 용량이 큰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용으로 수명을 다해도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 특히 2020년말까지 보조금을 받아 출고된 전기차의 배터리는 '소유권'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만큼 제2의 인생을 살아야할 '의무'가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9월 수도권과 영남권·호남권·충청권에 개설한 4개 권역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는 전기차 배터리가 두번째 삶을 시작하는 장소다. 이곳에선 정부와 지자체에 반납된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정상작동 여부와 성능을 시험하고 배터리 재사용 혹은 재활용 여부를 판단한다.

배터리 재사용이냐, 재활용이냐...결정까지 8시간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 한국환경공단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전기차에서 분리된 배터리가 성능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시흥(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30일 찾아간 경기 시흥 소재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시험이 한창이었다. 1487㎡(450평) 규모의 부지에 아파트 8층 높이로 지은 거점수거센터에는 전기차에서 떼어낸 배터리 260여개가 보관돼 있었다. 또 배터리 30여개는 재사용 혹은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성능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거점수거센터로 폐차된 전기차가 옮겨지면 배터리 분리가 이뤄진다. 분리된 배터리는 입고정보 확인과 간단한 세척을 거쳐 외관검사를 받는다. 외관검사에선 주로 외부충격에 의한 파손 여부가 확인되는데, 파손 정도가 심할 경우 바로 재활용 배터리로 분류한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얼마되지 않아 사고차량 배터리가 많이 들어오는 만큼 파손된 배터리도 눈에 띄었다.

외관검사를 통과하면 전원 연결 가능 여부와 누전이 있는지 확인한 뒤 SOH(잔존수명) 평가를 진행한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뒤 방전시키는 방식으로 성능 평가를 한다. 방전용량을 기본용량 값으로 나눈 SOH 값이 60%를 넘으면 재사용 배터리로, 60% 미만일 경우 재활용 배터리로 분류한다.

차량입고에서부터 배터리의 처분 방향이 결정될 때까지 8시간 가량이 걸린다. 수도권 미래자원 거점수거센터에는 1주일에 3~5대, 한달 20대 분량의 차량용 배터리가 입고된다고 한다. 검사를 마친 배터리는 자동화 설비를 통해 13층 구조 보관 창고에 보관하며, 공단의 입찰 절차를 거쳐 매각된다.

재사용 배터리는 셀 단위로 분리해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사용하거나 전기 오토바이·자전거 같은 소형 동력 장치의 배터리로 쓴다. 최근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낚시나 캠핑에 쓰는 휴대용 전원공급 장치의 배터리로도 활용한다고 한다. 재활용으로 분류된 배터리는 부품을 분해한 뒤 파·분쇄를 거쳐 중간원료인 블랙파우더(각종 전자기기를 분쇄해 나오는 검정색 가루)로 만든다. 블랙파우더를 후처리 공정에 넣어 코발트나 리튬, 니켈 같은 배터리 소재를 재추출한다.

성능평가를 마친 전기차 배터리가 자동화 설비를 통해 보관되고 있다. /시흥(경기)=김훈남 기자
수거 대상 전기차 배터리 13만개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 한국환경공단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스케치. 재활용 배터리에서 만든 중간원료인 블랙파우더와 블랙파우더에서 추출한 배터리 소재. /시흥(경기)=이기범 기자 leekb@

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시행된 2018년 이후부터 2020년말까지 정부의 수거대상인 차량용 배터리는 13만4963개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폐차 후 배터리 반납을 조건으로 걸었다. 정부가 배터리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수거해 재사용 혹은 재활용을 하는 식이다. 다만 2021년 이후 생산된 전기차는 배터리 반납의무가 없어져 민간 폐차업체나 보험사를 통해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올해 4월말 기준 공단이 수거한 전기차 배터리는 327개다. 수도권 거점수거센터에서 268개를 수거했고 △영남 10개 △호남 30개 △충청 19개 순이었다. 이 가운데 성능평가를 마친 배터리는 81개. 재사용 판정을 받은 배터리가 61개다. 재사용 배터리 가운데 52개는 4월말까지 매각을 마쳤다. 재활용 판정을 받은 배터리 20개에 대해선 5월말부터 입찰 절차를 시작했다.

환경공단은 올해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회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진 주로 사고차량 위주로 전기차 배터리를 회수했지만 국내에 전기차 보급이 본격 시작된 2013년 이후 10년째인 올해부터는 차량 노후에 따른 배터리가 대량 배출될 것이란 관측이다. 공단은 올해와 내년 각각 1만8996개의 전기차 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계산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수도권 거점수거센터에서만 올해 차량용 배터리 성능평가 후 처분 목표를 1000개로 잡고 있다"며 "차량용 배터리는 사용 후에도 ESS, 소형 전동 장치의 전원으로 사용가능한 데다 희귀금속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재활용 분야에서도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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