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보고, 혼자 들어가?"...주경야독하는 장관님들[세종썰록]

세종=김훈남 기자, 유선일 기자, 김주현 기자, 유재희 기자
2022.07.14 06:11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달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8개 부처의 업무보고가 시작됐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코로나19(COVID-19) 감염 우려 탓에 대다수 장관들이 배석자 없이 혼자 들어갑니다. 참모의 도움없이 홀로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상대해야하는 만큼 장관들로선 '시험 준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 대통령 업무보고는 부처 현안과 중점 추진과제 등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부처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사와 평가를 확인할 수 있고, 대통령의 별도 지시가 뒤따르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엔 그동안 부처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호된 질책이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새 정부의 첫 업무보고는 향후 5년간 부처의 위상이 결정되는 자리인 탓에 관가에선 가장 공을 들이는 주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과거 정부에선 대통령 업무보고에 부처 장관과 실·국장 등 주요 간부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선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대다수 부처들은 당초 1급 차관보 또는 실장들이 장관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업무보고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11일 기재부의 업무보고 직전 장관 1명만 '단독'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업무보고 방식 변경에 대해 "코로나19(COVID-19) 재유행을 고려해 보고 인원을 최소화한 조치"라는 설명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관가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 도움없이 장관만 대통령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2개월 동안 장관의 부처 장악능력과 업무파악 정도, 향후 정책 구상 능력 등을 시험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긴장감이 넘치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홀로 들어가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 부처의 장관들도 '시험' 준비에 더 분주해졌다고 합니다. 한 부처의 장관은 휴일을 반납하고 간부들과 수시로 회의를 열며 보고 내용과 예상 질의응답을 준비했다고 하고, 다른 한 장관은 지난 주부터 첫 발언부터 세부 정책 내용까지 업무보고를 썼다 지웠다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업무시간 외 밤늦도록 나머지 공부를 하기도 하는 장관이 있는가 하면, 서울과 세종청사에 떨어져있는 간부 들과의 거리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상회의도 수시로 열리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바뀐 업무보고 형식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준비한 대로 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천재형' 장관도 있다고 하네요. 마치 중간·기말고사를 준비하는 다양한 학생들 모습이 서울과 세종 관가에도 그대로 연출되고 있습니다.

단독보고 방식에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은 장관들도 있다고 합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나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같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 장관들입니다. 인수위원 시절부터 부처 업무를 파악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국정과제를 만든 덕에 시험범위를 '예습'한 셈이니 아무래도 업무보고가 수월하지 않았겠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부처의 업무보고를 준비했던 부처 공무원 A씨는 "부처의 현안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나누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장관들의 업무 특성상 단독 보고가 큰 부담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부처의 공무원 B씨는 "보고 전날 밤늦게까지 업무보고 내용을 수정하고 부서와 내용을 조율했다"며 "장관이 완벽하게 준비해야 만족하는 타입이라 이번 업무보고 준비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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