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지 21년 만에 폐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만 이름이 4번 바뀌고, 매 정권 '존폐' 혹은 '개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가부는 그동안 수차례 부침을 겪었다. 소규모 '미니부처'인 탓에 다른 부처와 중복 업무가 많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받아왔다.
지난 6일 행정안전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가족·청소년·양성평등 등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통합 △여성 고용 지원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여가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여가부의 역사는 1988년 정무장관(제2)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당 실이 사회·문화 관련 업무와 함께 여성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맡았다. 이후 1998년 실이 폐지되며 대통령 직속의 여성특별위원회로 개편됐고, 2001년 여성정책과 남녀차별 개선 등을 위한 독립부처 '여성부'로 탄생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 가족업무를 이관받아 2005년엔 '여성가족부'로 확대됐다.
윤석열 정부와 같이 여가부 폐지를 앞세웠던 이명박 정부(2008년) 때는 여성 업무만 전담하는 '여성부'로 다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가족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며 2010년 다시 청소년·가족 업무를 이관받았고,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뒤 현재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개편 필요성에 대해 여성·청소년 등 특정 대상 업무 수행으로 전 생애주기에 걸친 종합적 사회정책 추진이 곤란하고, 부처 간 기능중복 등으로 정부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해왔다는 점을 꼽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다음 날(7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그동안 여가부는 '여성'에 특화된 정책으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직개편 이후 가족·청소년 등 여가부의 기존 업무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같은 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민의힘 화상 의원총회 참석 후 "여가부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조직이 작아지는 게 전혀 아니다"라며 "그대로 복지부로 옮겨간다고 생각해도 사실과 전혀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로 통합해 정책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건강, 출산 및 양육, 인구정책 등 집행력이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등 복지부 업무가 여가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며 "원래 하던 일들이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성평등 업무까지 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복지부나 대통령 직속 산하로 양성평등 관련 위원회를 두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성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런 지점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축소가 아니라고 해놓고) 부처급이 하기도 어려웠던 업무를 본부장급에게 맡기는 건 모순"이라며 "모든 정책에 젠더 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가부는 그동안 부처 간 상호협력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 범위부터 상당한 복지부가 여성에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지 알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여가부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가부는 억울한 측면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 607조700억 원 중 0.24%에 불과해 전체 정부 부처 중 가작 적다. 인력과 조직도 2실 2국 3관으로 가장 작다. 여가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해야할 일은 많은데 조직은 너무 작다"라며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준 뒤 부처의 능력에 대해 평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성평등정책' 주무부처를 주요 정부기구로 운영·유지하는 국가가 상당수다. 2020년 기준 UN(유럽연합)여성기구에 여성·성평등 업무담당기관을 등록한 194개 국가 중 성(Gender)·여성(Women)·평등(Equality)이 조직명에 들어가는 부(Ministry) 및 부처의 장이 장관급(Minister)인 경우는 97개국이다.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성평등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