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10년 허송세월...갈 곳 없는 '사용후핵연료'

정진우 기자
2022.10.21 03:09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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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20일 지식경제부가 배포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 의결' 보도자료에 첨부된 그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는 10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 의결'(2012년 11월20일)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2014년까지 법정계획인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늦어도 2015년엔 사용후핵연료를 묻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착공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고 부지 선정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고준위방사성(방사선 세기가 강함)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을 가동하는 원자로에서 배출된 핵연료다. 우리나라처럼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4~5년 연소 후 배출된 후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된다. 우리나라엔 고준위 방폐장이 없어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원전은 2031년, 한울원전은 2032년 등 2030년 이후 원전별로 차례로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된다. 원전 활용이 많아질수록 포화 시점은 앞당겨진다.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전은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다.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면 원전 부지 또는 밖에 다른 저장시설이나 중간 저장시설로 사용후핵연료를 옮겨야한다. 이들 시설도 사용후핵연료를 잠깐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격리하려면 방폐장 같은 처분시설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원전 생태계 강화를 위해선 방폐장 부지 선정과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필수 과제다. 게다가 EU(유럽연합)는 지난 7월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조건으로 달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자료를 보면 부지 선정 작업을 지금 시작해도 13년 이상 걸리고, 방폐장 건립에 약 37년이 소요된다. 정부는 1983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 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1986년부터 총 9차례에 거쳐 부지 선정을 추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40년간 꼬여버린 이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내놨다. 현재 국회엔 고준위 방폐장 설치와 관련해 모두 3건(이인선·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특별법 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만든 뒤 공론화를 통해 방폐장 예비후보지를 선정하고 주민투표 등을 통해 부지를 확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엔 정치권이 2024년 총선 체제로 전환되는 탓에 올해 반드시 특별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거를 앞두고 자기 지역구에 핵 폐기물을 받아들일 정치인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 법안을 처리하고 공론화를 빨리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란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만 해결해도 성공한 정부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고준위 방폐장 건립은 우리나라 에너지 존립이 달린 문제다. 여야와 진영을 떠나 힘과 지혜를 모아야 가능한 정책이다. 허송세월은 10년으로 족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몇 년을 기다려야할지 모른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없어 원전을 세워야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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