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내년도 세법 개정에서 '세 부담 완화'를 택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증세 기조를 잡기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7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2023년 세제개편안'으로 향후 5년 동안 총 4791억원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연도 대비 세수 증감을 계산하는 '순액법'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4년 -7546억원 △2025년 +1778억원 △2026년 +241억원 △2027년 -269억원 △2028년 +1077억원 세수 증감을 기록해 5년간 5000억원 가까이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연도(2023년) 대비 증감을 계산하는 '누적법'을 적용할 경우에는 5년간 총 3조702억원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를 선택한 것이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세입 여건이 크게 악화해 세수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세수입은 5월까지 전년동기대비 36조4000억원 적은 160조2000억원에 머물러 당초 예상보다 실적이 부족한 세수 펑크가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반도체 기업 등 주요 수출기업 실적이 악화해 내년에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세입 여건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 4791억원의 세수 감(減)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 시 세입여건이 개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올해 경기 부진으로 민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에는 세금 부담을 줄여드려 기업의 투자 여력과 서민·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며 "경제가 어렵다면서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가급적 조세 중립에 근접하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가 증세 기조의 세법개정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금 문제는 표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정부가 소폭이라도 증세를 추진할 경우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감 규모가 실제로는 정부 추정치 4791억원보다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숫자는 국가전략기술 추가 지정에 따른 법인세 감소 영향 등 세수 효과를 추정이 힘든 사안은 제외하고 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수감 뿐 아니라 세수증(增) 사안 모두 추산이 곤란한 부분은 세수 효과에서 빠져있다"며 "국가전략기술 관련 사안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추정 곤란한 부분이 어느 쪽(세수증 또는 세수감)이 많은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