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둘러싼 추가 공사비 대금 문제가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기업의 집안싸움이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전은 지난 7일 한수원이 UAE원전건설사업운영지원용역계약(OSS) 관련으로 한전에 약 11억달러(약 1조5692억원)를 청구하는 중재를 LCIA에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추가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갈등의 결과다.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지난 1월 31일 협상 시한을 5월 6일로 명시한 비밀 협약에 합의하는 등 양사엔 3개월 남짓의 시간이 있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각자의 주장만 하다 끝난 셈인데 정부는 협상 과정에 끝내 보이지 않았다. 양사 간 계약 사항에 따른 문제로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정부의 논리도 이해가 가나 공기업의 다툼을 조율하는 1차 책임은 정부에 있지 않을까. 권한 밖 법적 중재가 아닌 정부의 '무게'로 양사가 협상에 임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 지켜보는 협상일 경우 협상 당사자는 그에 따른 책임을 더욱 무겁게 느낀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양사는 공사비 대금 증빙과 확인을 두고 옥신각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서를 넘어서는 자료 요구와 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양사는 어떻게든 협상해야 한다는 무게보다 '안되면 소송하면 된다'는 생각에 이른다. 협상 말미 화두는 중재를 어디서 받느냐였다는데, 이 또한 협상 결과보다 소송의 유불리를 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상에 진중하게 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 부재가 아쉬운 이유다. 앞으로 양사는 대형 로펌을 앞세워 소송에 임할 것이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한전과 한수원의 다툼은 국제 원전 시장에서 경쟁사엔 호재다.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더라도 내부가 시끄러운 곳의 수주 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다. 원전 수주에 힘을 쏟는 모든 정부 기관과 공기업은 내부 다툼 정리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런던의 중재와 무관하게 내부에서 다시 협상하고 결정하면 혼선은 정리된다. 아직 시간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