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반복시 거액 과징금·인허가 취소도…'산재 공화국' 오명 벗을까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5.08.14 04:40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 제3차 불시점검으로 7일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제조업 사업장을 방문해 끼임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긴급 작업중지명령권'이 도입된다. 반복되는 사망사고에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취소 규정도 신설한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산재 예방을 위한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서 9월 중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긴급 작업중지명령권' 도입…제재 대폭 강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부 등 관계부처는 최근 발생한 산재에 대한 그동안의 조치 사항과 산재 근절 대책 중간 진행 상황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용부는 지난달부터 고위험 사업장 2만6000개소를 대상으로 불시 감독에 착수했다.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시공 현장 63개소 전체에 대해 불시 감독을 실시하고 본사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여부 등 조사에 나섰다.

향후 대책과 관련 고용부는 우선 고위험·영세 사업장 위주로 유형별 점검·관리할 계획이다. 권 차관은 "최근 이슈화된 4가지 사고 유형별(추락, 끼임, 질식, 외국인)로 차별화해 밀착 관리할 것"이라며 "특히 영세 사업장들은 민간 재해예방기관 등과 협업에 관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수사와 감독에 나선다. 권 차관은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본부-지방 관서 수사전담팀을 운영할 것"이라며 "노동부와 대검찰청간 협의체를 구성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은 신속히 송치·기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재해가 아닌 경우에도 적극적인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위해 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명령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권 차관은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권한을 부여하고 감독관 인력을 확충할 것"이라며 "영세사업장에 대한 상시 지도를 강화하고 감독시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대폭 강화한다. 권 차관은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법 위반으로 다수의 사망사고나 반복적인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인에 대한 과징금 도입도 검토한다"고 말했다. 과태료와 과징금 수준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영업정지 요청 기준을 강화하고 인허가 취소 규정도 신설한다. 권 차관은 "산안법 개정으로 현재 '동시 2명 이상 사망'인 건설사 영업정지·입찰 제한 요청 대상을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영업정지 요청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재발하는 건설사의 등록말소 요청 규정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설되는 제재를 포스코이앤씨 등에 소급 적용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권 차관은 "소급 적용이 가능할지는 검토해 볼 사항"이라고 답했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대출심사 강화, 공시·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반영 등도 검토한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권 차관은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재해 현황·재발방지대책, 안전보건관리체제 등 공시 의무를 신설할 것"이라며 "산재예방능력을 갖춘 적격한 수급인을 선정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한 상설특별위원회 설립도 검토한다.

중처법 시행 3년…산재 사고는 여전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지속적인 대책 마련에도 매년 후진국형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사망사고는 크게 줄지 않았다. 고용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는 589명으로 전년보다 9명(1.5%) 감소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사망자는 137명으로 전년 동기(138명)와 비슷했다. 대부분 추락·끼임·부딪힘·깔림 등 이른바 '후진국형 사고'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종합대책을 마련해 다음달 발표한다. 핵심은 사고 다발 사업장 처벌 강화와 근로자 권한 확대다.

우선 고위험·영세 사업장은 △추락 △끼임·부딪힘 △질식 △외국인 근로자 사고 등 네 가지 유형별로 관리한다. 추락 다발 공사에는 안전시설 설치 지원을 확대하고, 철골 추락방지 시설은 지상에서 설치 후 인양하도록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한다.

끼임·부딪힘 예방을 위해 위험기계 보유 사업장을 대상으로 방호장치 설치, 안전 통로 확보 등을 집중 점검한다. 질식사고 예방 규칙도 신속히 개정한다.

외국인 노동자 대책으로는 △노동법 위반 이력 △민원 다수 제기 △사업장 변경 다수 등 취약사업장 대상으로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처벌 수위도 높인다. 안전·보건 위반 사업장에는 과태료를, 반복 사망사고 사업장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권 차관은 "과징금 수준을 일정 금액으로 할지, 매출액에 비례해 부과할지 여부는 실효성을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권한 확대 방안으로는 '긴급 작업중지명령제도' 도입이 검토된다.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다.

작업중지권 남용 우려에 대해 권 차관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요건들을 구체화해서 현장에 예측가능성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과도한 처벌 우려…중소·영세기업 지원 급선무"

강력한 대책이 추진되는 만큼 경영계의 부담도 커진다. 고용부는 대책 수립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산재 예방 대책이 처벌과 제재 위주의 대책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재 대책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제기됐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경영계도 모든 구성원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현장의 안전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엄벌주의 정책과 획일적 규제방식만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새로운 처벌수단 마련을 고민하기 보다 산재예방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행 안전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며 "안전역량 부족으로 중처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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