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물러섰다. 투자자들의 반발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했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산 최고세율 35%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실 이런 결말은 예견됐던 바다. 정책 목표와 방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코스피5000'을 내세우면서 정책은 반대로 갔다. 대주주 기준 하향, 기대에 못 미친 배당소득 분리과세, 증권거래세율 인상 등은 모두 투자 심리에 역행한다. 정부 스스로 모순의 덫에 걸린 셈이다.
정부의 후퇴로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본질적 모순은 남아 있다. 이재명 정부 '경제 살리기'의 핵심 정책 수단은 '확장 재정'이다. 확장재정은 세수 확충 없인 불가능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증세안이 불과 한 달 반 만에 철회되면서 세수 확충엔 물음표가 남았다. 여론 눈치에 밀려 세제를 접은 선례가 생긴 만큼, 금융·부동산·상속세 등 민감한 세제 논의는 더 어려워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움츠러든다. 정책 불확실성은 결국 투자 비용 상승과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여론에 끌려다니는 조세정책은 단기적으론 갈등을 피하지만 장기적으론 훨씬 큰 비용을 남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아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는 조세지출에서도 과감한 정리는 없었다. 올해 일몰 예정인 72개 조세지출 항목 중 종료되는 건 고작 7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이미 과표 양성화라는 본래 취지가 사라졌는데도 되레 일부 확대됐다.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6%에 이르는데 국세감면액은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뿌리는 같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철회, 증세 없는 확장재정, 조세지출 미정비 뒤엔 '여론'이 있다. 정부가 국민 눈치만 보면 재정은 흔들리고 시장 신뢰는 사라진다.
시장 활성화와 세수 확충은 양립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니다. 효과가 사라진 조세지출을 정비하고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는 건 시장 신뢰에도 부합한다. '코스피5000'이 정치 구호가 아니라 경제 비전이 되려면 정부의 일관성과 뚝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