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카드사·증권사 등 모든 업권을 합친 무증빙 송금한도가 연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제한될 전망이다.
업권별 송금한도 관리시스템이 없어 업체별로 5만달러 송금한도가 각각 부여됐던 핀테크·카드사·증권사 등을 활용한 과도한 분할송금이 막힌다는 의미다. 외환당국은 이를 통해 과도한 외환 유출을 막고 은행 외 기타업권을 활용한 분할송금, 우회거래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IMF(국제통화기금) 본부에서 가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해외송금 통합관리시스템 'ORIS'(Overseas Remittance Integration System)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서류나 신고 없이 해외로 돈을 보내는 무증빙 해외송금 한도가 연 10만달러다. 예컨대 1년 사이 A은행에서 5만달러를 송금하면 B은행에선 나머지 5만달러까지만 무증빙 송금이 가능하다.
반면 핀테크·카드사·증권사 등 기타업권은 각 회사별로 연 5만달러의 무증빙 송금한도가 부여된다. 은행권과 달리 업권별 송금한도 관리시스템이 없어서다.
문제는 업체별로 송금한도를 관리하다 보니 개인이 5만달러씩 여러 업체를 활용해 송금을 하는 규제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점이다. △A핀테크(5만달러) △B핀테크(5만달러) △C핀테크(5만달러) △D증권사(5만달러) △E카드사(5만달러) 등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한 과도한 분할송금이 가능했단 의미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ORIS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고 8월부터 참가기관 대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달 말 ORIS 시스템을 시범 가동한 뒤 내년 1월부터 정식 가동에 들어간단 목표다.
ORIS는 한국은행의 외환전산망을 기반으로 개인별 해외 송금내역을 합산 저장, 송금업체에 실시간 제공 가능한 전산시스템이다. 고객이 금융기관에 송금을 요청하면 코스콤, 여신금융협회, 핀테크협회 등 중계기관과 연계한 ORIS 시스템이 해당 고객의 전업권 통합 누적송금액을 확인, 송금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ORIS 시스템 가동에 맞춰 각 업권별 한도를 기준으로 한 무증빙 송금한도를 총한도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외국환 거래규정도 바꿀 예정이다.
다만 기재부는 통합 송금한도(10만달러) 상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글로벌 물가 상승 등으로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 등 송금이 잦은 이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업권, 전기관에 개인별 통합 송금한도 준수 상황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은행권, 핀테크 등 관련 업계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송금한도 조정 등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내국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네트워크에서 보유하게 될 경우 이는 곧 원화 예금의 해외 유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자본유출입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단 우려다.
구 부총리는 "카드사 등을 포함한 해외송금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면 외환이 과도하게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하려면 외환관리가 촘촘해야 해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전이라도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차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