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레이시아 FTA 타결…"수출시장 다변화, 경제협력 확대"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5.10.27 18:00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컨벤션센터(KLCC)에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이 양국 정부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한-말레이시아 FTA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가졌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27번째 FTA다. 정부는 말레이시아와의 통상 협력 확대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의 교역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26일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함께 FTA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기준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와 교역 3위, 투자 4위에 해당하는 주요 교역국이다. 팜유, 주석,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반도체, 화학 등 여러 제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아세안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말레이시아 시장 상당부분이 개방됐으나 정부는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위해 말레이시아와 개별 FTA를 추진해 왔다.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은 2019년 시작해 그 해 말 잠시 중단됐지만 지난해 3월 재개되면서 현재까지 6차례 공식협상과 다수의 협의를 추진했다.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이번 FTA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체 품목의 94.8%, 말레이시아는 92.7%를 개방했다. 자동차·철강·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품목의 추가 개방으로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으며 민감 농수산물은 대부분 보호했다.

전기차의 경우 완성차 조립용 부품세트(CKD) 전기차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관세(10%)가 철폐되고, 완성전기차 SUV의 관세는 기존 30%에서 15%로 낮아진다. 이밖에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CKD 자동차의 관세가 전반적으로 인하됐다.

철강에서는 냉연, 도금강판 등 9개 품목의 관세(5%)를 철폐하고 열연 등 12개 품목은 기존 15%에서 10%로 낮췄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 철강을 수입하는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말레이시아 주력 수출품인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각종 화학제품의 관세도 철폐했다.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팜산유 등 바이오원료의 잔여 관세도 없애 원가 절감과 수급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민감도가 높은 농림수산물 대부분은 추가 개방하지 않았다. 어류·육류·과채류 등 신선 농축수산물 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가공 농수산물 중 홍삼 조제품, 조미김 등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는 자국산을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말레이시아부터 수입이 적은 두리안·파인애플·바나나 등 열대과일과 가리비·조제어류 등 수산물은 수입을 개방했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전기차 등 일부 자동차 조립·제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 지분 제한이 철폐됐다. 국내 기업이 말레이시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디지털무역 부문에서는 우리나라의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 및 디지털 제품에 대한 비차별 대우를 보장함으로써 말레이시아 내 K-콘텐츠가 확산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산업의 경우 국내 게임사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수집한 사용자 취향, 운영패턴 등을 국내 본사가 공유받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녹색협력도 강화했다. 저탄소 녹색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촉진과 태양광, 수력, 원자력 등 청정·재생에너지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도 반영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할랄, 지식재산권, 공급망, 바이오경제 등 11개 핵심 분야를 규정하고 구체적인 협력 활동을 명시했다. 말레이시아가 체결한 FTA 중 비이슬람권 국가로는 최초로 할랄협력을 반영했다.

정부는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등 정식 서명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도 추진할 계획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번 양자 FTA는 우리 주력 수출품목의 추가 시장개방으로 교역 여건을 개선하고 디지털, 바이오 등 미래 지향적 분야의 협력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단순 수출입 대상국이 아니라 미래산업 분야의 전략적 협력관계로 심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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