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선박, 암모니아로 생산하는 전기, 고성능·저전력의 인공지능(AI) 추론 반도체, 스마트 AI 고글까지….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전력·에너지 박람회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빅스포) 2025'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현주소와 방향을 한눈에 보여줬다.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주최하는 빅스포는 국내외 에너지 기업과 연구기관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 행사는 '에너지를 연결하다(Connecting Energy)'를 주제로 신기술 언팩, 기술전시회, 발명기술혁신대전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외 166개 기업·기관·지자체·대학이 참가했으며 △KEPCO관 △지역특화산업관 △글로벌 리더관(CES 혁신상 수상기업 등) △딥테크 스타트업관 등에서 각자의 기술력을 뽐냈다.
신기술 언팩 행사에서는 에너지 혁신 기술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GS건설과 HD현대인프라코어는 암모니아와 수소엔진을 결합한 425kW급 무탄소 분산에너지 발전기를 선보였다.
암모니아(NH₃)는 질소 1개와 수소 3개로 구성된 화합물로, 촉매 반응을 통해 질소와 수소로 분리할 수 있다. 암모니아에서 추출한 수소를 발전에 활용하면 청정수소보다 저장·운송비용이 낮고 경제성이 높다.
김승민 GS건설 신사업개발팀장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발전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무탄소 에너지 프로젝트"라며 "넓은 부지나 복잡한 인프라 없이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해양 모빌리티 스타트업 빈센은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한 친환경 선박을 공개했다. 기존 배터리 선박은 출력이 제한돼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소연료전지는 장거리 항해와 고출력 운항이 가능하다.
이칠환 빈센 대표는 "우리 회사가 개발한 100kW급 수소연료전지 선박은 10노트(시속 18㎞) 운항이 가능하고 효율은 엔진의 두 배, 소음은 10분의 1 수준"이라며 "배출되는 것은 오로지 물 뿐"이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기반 칩렛 솔루션 '리벨쿼드(RebelQuad)'를 공개했다.
이경재 리벨리온 부사장은 "리벨쿼드의 가속처리장치(APU)는 AI 서비스에 필요한 추론 하나만큼은 더 빠르게 더 적은 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리벨쿼드는 최신 HBM을 탑재했고 여러개의 칩렛 구조로 얽혀있는 효율적인 하드웨어로 구성됐다"며 "에너지 소모가 높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AI 고글도 눈길을 끌었다. 하태진 버넥트 대표는 실제 제품을 청충들에게 착용하게 하고는 작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하 대표는 "스마트 구글 비전 엑스(X)는 작업자의 시야에 설비 정보, 점검 정보, 위험 경보를 실시간으로 띄워준다"며 "말 한마디로 앱을 실행할 수 있고 현장에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AI가 바로 응답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빅스포는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제시해 에너지를 통한 국가균형발전, K-에너지 허브로서의 역할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연사로 나선 김용 전 총재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접근방법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의사로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아프리카 결핵 퇴치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얘기하며 "에너지 전환에도 같은 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공학적 문제가 아니다. 기술 그 이상이 필요하다"며 "변화를 계획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방식에서 시스템 혁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은 전쟁 후 재건을 거쳐 반도체, 조선,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이는 한국 혁신의 다음 전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준다"며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놀라운 여정을 통해 얻은 정책 통찰력을 공유해 아시아의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