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벽·LMO 수입 쟁점 여전…관세 후속논의 첩첩산중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5.11.17 15:46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 서명과 관련하여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부

한미 관세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한 세부 협의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디지털·농식품 등 비관세 분야는 큰 틀의 방향만 잡힌 상태라 세부 이행을 두고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관세협상 후속조치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관세 영역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이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제51차 통상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된 통상 분야 합의사항의 후속조치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부품·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한다. 의약품 관세는 15%를 넘지 않도록 하고 반도체는 "주요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보장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투자를 미국에 집행한다.

비관세 분야는 △자동차 △농산물 △디지털 △지재권 △노동 △환경 등 폭넓은 영역이 포함됐다. 미국이 불합리한 규제라며 완화나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사안들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각국의 규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올해 4월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디지털무역 규제, 정부조달 방식, 농산물 시장 접근 제한 등을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특히 농산물 분야의 핵심 쟁점은 미국산 소고기 규제다.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가 '비합리적'이라는 게 미국의 오랜 주장이다. 쌀, LMO(유전자변형생물체) 감자 등 시장 개방 요구도 지속돼 왔다.

이번 협상 결과 한국은 미국산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 원예 제품 요구를 전담하는 '미국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추가 시장 개방은 팩트시트에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농업계에선 LMO의 수입이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생명공학 제품과 관련해 위해성 심사 절차가 복잡하고 중복 자료 요구가 많다는 국내외의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있었다"며 "심사기준과 자료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절차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해 디지털 서비스 규제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방향은 합의했지만 세부 제도 설계로 들어가면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갈린다.

망 사용료는 그동안 국내 통신사들이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 요구해 온 사안이다.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트위치는 망 사용료 부담 등을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합의해 비용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유튜브)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나 여전히 납부하지 않고 있다.

팩트시트에 망 사용료 이슈가 포함되면서 글로벌 CP에 비용을 청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트래픽 부담이 과중하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조정 과정이 불가피하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제동이 걸렸다. 정치권은 자사 서비스 우대나 끼워팔기 규제를 담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추진해 왔지만 미국은 이를 '차별적 규제'이자 무역장벽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가 안보 이유로 반출을 거부해 온 구글 정밀지도 데이터 문제 역시 협상 결과와 연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구글은 서비스 품질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군사 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정부는 부처별로 후속조치에서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다음달 중 USTR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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