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한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결합 금지) 규제 완화가 임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대책 마련이 거의 다 됐다고 언급한 가운데 정부는 11일부터 시작되는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 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인공지능)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투자 자금 조달'의 한계를 여러 차례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일리가 있다"고 했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을 직접 경영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다. 기업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악용하지 못하도록 도입된 규제다.
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부 금산분리 완화 내용이 담긴 첨단전략산업 자금 조달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다음주 열릴 예정이다.
특히 금융위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일인 이날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다음주 업무보고에서 국민성장펀드 관련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지주회사 및 금산분리와 관련한 규제 완화안을 묶어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의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국민성장펀드 활용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완화안의 핵심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한해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자회사(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춰주는 것이다. 나머지 50%의 전부 또는 일부에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당 증손회사에 금융리스업을 허용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둘 수 없지만, 첨단전략산업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첨단전략산업법 또는 반도체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특별법의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이 확고했지만 첨단전략산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 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업의 자체적인 자금 조달 여력이 일부 규제 때문에 어렵다면 특별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규제도 일부 풀릴 전망이다. CVC의 외부자금 조달 한도를 40%에서 50%로, 해외투자 한도를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