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개편은 해묵은 과제다.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높이고, 거래세(취득세, 양도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시사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이런 '정공법'과 거리가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재개라는 거래세 강화 방안에 보유세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부동산 시장에 묶인 돈을 이른바 '생산적 금융'으로 옮기고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현재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조치다. 정부는 당시 "보유세·거래세 조정과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보유세로만 집중되는 모습이다.
보유세는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된 방식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세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시행령으로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조정할 수 있다.
이밖에 세율 인상, 기본공제액 하향 조치 등이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다. 이재명 정부가 세제 정책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 때 완화된 조치들이 복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정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좀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것처럼 소득세 과세표준은 △1400만원 이하 △1400만~5000만원 △5000만~8800만원 △8800만~1억5000만원 △1억5000만~3억원 △3억~5억원 △5억~10억원 △10억원 초과 등으로 이뤄진 누진 체계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은 △3억원 이하 △6억원 이하 △12억원 이하 △25억원 이하 △50억원 이하 △94억원 이하 △94억원 초과 등으로 이뤄져 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표준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그만큼 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세율 등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는 당장 실현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세제당국은 통상 7월에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그 사이 세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세입예산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재경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