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김준기 DB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이하 지정자료)를 제출하며 재단회사들을 고의로 누락한 뒤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에 은밀히 활용했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이같은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와 관련해 DB의 동일인인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DB는 1999년 11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령 시행에 따라 비영리법인(재단)의 계열편입 요건이 완화하자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그 소속회사 15곳을 계열제외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DB 측은 최소 2010년부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해당 재단과 소속회사들을 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과 DB inc의 내부지분율 관리 등에 재단회사들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재단회사들은 2010년 DB하이텍 재무 개선을 위해 DB캐피탈 등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가며 자신들에겐 불필요한 부동산(인천 소재)을 DB하이텍으로부터 매수했다. 2021년에는 DB하이텍으로부터 받은 강남 소재 부동산 매각자금 중 220억원을 김 회장 개인에 빌려준 뒤 1년 후 이를 상환받자 동일한 금액의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했다.
2022년에는 자금이 필요해진 DB inc가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 1%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김 회장의 기업집단 지배력 유지를 위해 동원됐다. 재단회사가 DB inc가 매각하려는 지분율과 유사한 비율(1.1%)만큼 DB하이텍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아울러 2023년에는 재단회사를 활용해 회장일가 토지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려고도 했다. 개발사업이 성공해 가치가 크게 상승한 시점에 그 토지를 재단회사 중 한 곳인 삼동흥산에 넘겨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뒤 그 돈으로 DB월드가 인수할 코메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단 구상이었다. 최대주주가 된 후 코메의 기업가치가 최대화되는 시점에 지분을 DB월드에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그 재원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시나리오였다.
특히 DB는 2016년부터 '재단 협력회사 운영담당(회장)' 직위를 신설해 재단회사들을 관리했다. 처음 이 직위에 앉은 사람은 오랜 기간 DB 측 임원을 역임하며 약 26년간 디비김준기문화재단 감사를 지낸 사람이었고 그 후임들 역시 김 회장의 최측근들이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모든 거래 검토에서 가장 고려한 요소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확대와 사익 추구였고 재단회사들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며 "DB 계열사 대신 재단회사를 활용하면 외부에서 보기엔 계열사가 아니므로 부당지원 등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공정위는 DB 측이 재단회사들을 계열사처럼 내부 관리하면서도 그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한 정황을 확인했다. DB 측이 수년간 작성한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 △그룹 전국 건물 현황(대외비) △그룹사 임원 명단 △포도 등 발송명단 등 문서에 DB 소속회사뿐 아니라 재단회사 정보도 포함돼있었던 것이다.
또 2023년 작성된 DB그룹 조직도에는 재단회사들만 점선으로 연결돼 표시돼있었다. 조직도 하단에는 '그룹장에게만 배포하는 것이 좋겠으며 관계사 배포시에는 재단 부분을 삭제하라'고 표기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DB의 총수 및 총수일가, 주력계열사(DB하이텍, DB inc, DB손해보험)들이 재단회사와 수년간 자금·자산 등을 거래한 내역도 다수 확인했다. DB와 재단회사 간 임직원 겸임을 비롯해 DB 소속 임직원이 재단회사 임직원으로 선임됐다 다시 복귀하는 경우 등 수십년간 다양한 인사 교류가 이뤄져 온 사실도 발견했다.
음 과장은 "동일인이 본인 모르게 이런 거래들이 기획되고 검토되고 시행됐다고 주장할 순 없을 것"이라며 "(사건의) 중대성 측면에서도 DB 측은 재단 및 재단회사들을 매우 장기간 은폐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했으며 결과적으로 부당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 재단회사들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