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일본은 첫발 내디뎌…한국 '조선·에너지'가 힘 실어줄까

조규희 기자
2026.02.18 13:33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양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협력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2025년 11월 16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윌리 쉬라함’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유콘함’, 올해 7월에는 ‘찰스 드류함’까지 국내 조선소 최초이자 최다 미 해군 MRO 사업 실적을 보유 중이다. 윌리 쉬라함과 유콘함은 성공적인 MRO 작업을 마치고 미 해군에 인도됐고, 찰스 드류함은 내년 1월을 목표로 막바지 정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한화오션 제공)

일본의 대미투자 첫 프로젝트가 시작된 가운데 한국도 약속 이행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대미투자의 첫 주자가 조선업이 될지, 에너지 프로젝트가 물꼬를 틔워주지 주목된다.

18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투자 이행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프로젝트를 두고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검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여러 이해당사자가 있는 만큼 모든 부처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트 트럼프 통령은 투자 속도가 늦다며 대미투자 지연을 이유로 25% 상호·품목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으로서는 대미투자 첫 발을 못 내디딘 상태서 일본의 진행속도가 부담스럽다.

정부 입장에서는 '절차'를 준수하며 '속도'를 낼 수 있는 우회로가 필요하다. 사실 대미투자 관련 특별법이 제정돼야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등의 법적 근거가 안정화된다.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관리하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대미투자 사업을 검토하는지 등의 절차 마련이 필요해서다.

국내서 이런 과정을 거쳐야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합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내용대로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와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가 구성돼 가동될 수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과 일본의 속도감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은 지난 15일부터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산업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외교부 등 관계부처 차관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 기관장이 참여한다. '사업 검토'부터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덕분에 대미 투자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단연 조선업이다. 애초 양국의 대미투자는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투자(마스가 프로젝트)와 2000억달러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로 양분돼 있다.

최근 백악관에서 발표한 '미국 해양행동계획'은 조선업 투자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가 완료돼 자국 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동맹국(한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한시적으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은 작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마스가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한국이 약속한 1500억달러 투자금을 핵심 재원으로 반영했다.

첨단 산업 투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 점쳐지는 사업은 에너지 분야다. 미국은 인공지능(AI)산업 조성, 데이터센터 구축,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다만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의 논의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양국 기업의 기술 분쟁 문제가 완료됐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프로토타입'을 정하기 쉽지 않아서다. 치밀한 이해득실을 따져야하는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태양광, 에너저저장장치(ESS) 등은 비교적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다. 관련 공기업이 설계, 운영 능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설비 업체도 국내 기업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전력망 사업도 검토 대상이다. 관련 장비 공급과 빠른 건설이 한국 기업과 공기업의 장점이다. 두 분야 모두 탄탄한 산업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원전보다 고민할 거리가 적다. 일본의 첫 프로젝트에 가스발전이 포함된 이유로 볼 수 있다.

그외 미국의 요구나 한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사업 투자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속도감' 측면에서는 후순위일 수밖에 없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15일 이행위 첫 회의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기자재 수출 등을 늘릴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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