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노출 업종서 청년일자리 27만개 증발…50대는 17만개 증가

AI 고노출 업종서 청년일자리 27만개 증발…50대는 17만개 증가

최민경 기자
2026.08.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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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청년 일자리가 28만5000개 감소한 가운데 감소분의 94%가 인공지능(AI) 활용 가능성이 큰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자료 정리와 기초 분석 등 초급 업무를 대신하면서 청년을 채용해 숙련 인력으로 육성하는 기존의 '경력 사다리'를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절반에 해당하는 업종에서 줄었다. 전체 감소분의 94%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다. 이 중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어났다. AI에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고용은 줄고 장년층 고용은 증가하는 연공편향이 나타난 셈이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는 아직까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매뉴얼에 기반한 엔트리 레벨의 일을 잘한다"며 "반면 경력자가 하는 일은 조직에 특화된 암묵지와 맥락에 기반하기 때문에 현재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50대 고용 증가와 AI 효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우리나라 고령층의 계속 근로 의지가 강하고 고숙련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오래 남아 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AI와 계속 근로 의지 가운데 어느 영향이 더 큰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지식서비스업의 청년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2년 6월과 비교해 정보서비스업 청년 취업자는 31.4% 감소했다.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줄었다. 반면 같은 업종의 30~59세 취업자는 대체로 기존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고용 영향이 달랐다. AI에 업무를 맡기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다. 반면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AI의 도움을 받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고용 감소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오 팀장은 "AI 도입 자체보다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느냐에 따라 실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증강 방식으로 많이 활용되는 업종의 청년고용은 평균적인 고용 변화보다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고학력 청년층의 고용 여건도 상대적으로 악화했다. 챗GPT 출시 전인 2019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대졸 청년층과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 격차는 0.2%포인트에 그쳤다. 그러나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의 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오 팀장은 "고학력자의 AI 노출도가 높다는 전제에서 보면 두 집단의 실업률 격차가 상당히 커졌다"며 "이러한 현상이 30세 이상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청년층에서만 관찰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고용 감소에는 신규 채용 축소뿐 아니라 기존 근로자의 이탈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AI 고노출 업종으로 유입되는 청년 취업자는 팬데믹 이전보다 감소한 반면 해당 업종을 떠나는 청년은 늘었다.

오 팀장은 "청년고용 악화엔 신규 채용 감소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의 유출도 함께 기여했다"며 "특히 AI 고노출 업종에서는 청년이 일자리를 잡더라도 고용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표본조사인 경제활동인구조사의 한계 때문에 신규 채용 감소와 기존 근로자 유출 가운데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최근 청년고용 위축을 AI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거나 구조적 일자리 감소로 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신규 채용 비중은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부터 하락했다.

△팬데믹 당시 과잉 채용의 정상화 △기업 내부교육 약화 △공채 축소 △경력직 중심 채용 확대 등도 청년고용 위축에 영향을 미쳤고 AI가 이를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재택근무 확산도 청년의 현장학습과 숙련 형성 기회를 줄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업무가 원격근무에 맞게 표준화·문서화·모듈화되면서 AI가 개별 과업을 대신하기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청년이 AI와 함께 숙련을 쌓도록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인 AI 활용 교육보다 실제 업무와 AI 활용, 숙련자의 지도를 결합한 직업훈련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채용 인원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멘토링과 현장 프로젝트 등 인재 양성 비용을 지원하는 '경력 형성 지원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개별 기업에는 AI를 활용해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사회 전체로 보면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파이프라인을 훼손하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기술 투자와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지원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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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경제부에서 한국은행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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