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 장기화 땐 지방은행·비은행권 자본 '급감' 우려

최민경 기자
2026.03.26 14:27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2일 서울 시내 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6.2.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함에 따라 일부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복원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향후 2년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금융시스템의 신용공급 여력을 나타내는 예금취급기관 자본비율은 심각 시나리오에서 상당폭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물경제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금융기관 자본비율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테스트는 '비관'과 '심각' 두 가지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비관 시나리오는 팬데믹 위기 수준의 주가 하락과 함께 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수준까지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심각 시나리오는 중동 상황 장기화와 성장 양극화 심화, 원자재 가격 급등, 실물경제 둔화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상정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성장 양극화 심화와 중동 전쟁 장기화를 동시에 가정한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금융권의 자본여력이 뚜렷하게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2년 뒤 시중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8.3%에서 16.7%로 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방은행은 15.8%에서 12.7%로 3.1%포인트, 저축은행은 15.7%에서 11.4%로 4.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악화 영향으로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의 자본비율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업종 간 부실 위험 격차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석유화학·철강 등 취약 업종의 국내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전체 대출 중 상환이 어려운 비중)은 지난해 3분기 0.57%에서 2027년 4분기 1.8%로 세 배 이상 뛰며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경우에도 자산가격 조정 시 시장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증권사는 시장손실이 자기자본 대비 최대 17% 수준, 보험사는 최대 28%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자본비율은 규제 수준을 상회해 전반적인 손실흡수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중동상황 장기화, AI 관련 주가 고평가 우려 등으로 글로벌 자산가격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금융기관 평가손실과 담보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고 유동성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 유출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겹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적 환경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산가격 조정 등 복합 충격이 취약 부문에 집중될 수 있다"며 "부동산 PF와 한계기업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구조조정과 금융기관 자본 확충 유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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