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행이 1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외환매매 이익과 유가증권 매매 이익 및 유가증권 이자를 중심으로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급증했다.
앞서 정부가 한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을 활용해 대미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외화자산 운용 수익분은 향후 대미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의 당기순이익(세후)은 15조3275억원이다. 전년 대비 7조5086억원 증가한 규모다.
한은은 2007년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다 2008년 흑자 전환(+3조4029억원)했다. 이후 2021년 7조8638억원까지 순이익 규모를 늘렸는데, 이번에 그 기록을 깨게 됐다.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결과로 일반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은 자산 대부분이 외화 채권과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금리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한은의 총수익은 33조5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15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이자(+12조6449억원) △유가증권 매매 이익(+9조5051억원) △외환매매익(+6조3194억원) 등이 전년 대비 큰 폭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증권이자와 매매이익, 외환매매이익은 기본적으로 외화자산으로,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 부분이 반영됐다"며 "외환매매이익 같은 경우 지난 연말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가 있었는데 매입환율과 매도환율 간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지난해 총비용은 12조7544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3663억원 줄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투자 재원으로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을 활용하겠단 방침이다. 지난해 한은의 유가증권이자와 유가증권 매매이익을 단순 합산하면 약 22조원이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46억달러 가량이다.
다만 실제 투자 가용재원은 손실과 비용 등도 반영해야 해 이보다 작은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측은 "연차보고서 계정값을 통해서는 한은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순 없다"며 "구체적인 대미투자 활용 방식 등은 정부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인 4조5982억원을 법정 적립금으로 적립했다. 232억원은 농어가 목돈 마련 저축장려 기금 출연 목적의 임의적립금으로 넣었다.
나머지 10조7050억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했다. 처분 후 적립금 잔액은 27조4915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631조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595조5204억원) 대비 35조8815억원 늘었다.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 가운데 10.6%는 현금성 자산이다. 1년 전(8.0%)에 비해 2.6%포인트(p) 늘었다. 63.9%는 직접투자자산, 25.5%는 위탁자산이었다.
한은의 현금성 자산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외화자금의 유출입이나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외화자금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거래비용이 적고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국채나 예치금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구성된다.
외화자산의 통화별 비중은 미국 달러화가 69.5%다. 전년 대비 2.4%p 줄었다. 기타통화는 30.5%로 1년 전보다 2.4%p 늘었다.
한은은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따른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의구심 확산 등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미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고 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47.8%) △회차채(10.0%) △주식(10.0%) △자산유동화채(9.6%) △정부기관채(8.5%) 등이다.
유동성 관리 강화를 위한 현금성 자산 확충 과정에서 예치금 비중을 확대하고 정부기관채와 자산유동화채 비중은 축소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연차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장용성 금통위원은 "연차보고서는 한 해 동안의 우리나라 금융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한은 업무 현황과 경영 상황을 기술한 보고서로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5년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의 관세정책 강화 등으로 한은의 정책수행 여건이 굉장히 어려웠던 한 해"라며 "이 가운데서도 한은은 국민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최적의 정책 결정을 내리고자 애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