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업인 위한 조직으로 재탄생해야…직선제·감사 독립 필수"

세종=이수현 기자
2026.04.21 06:00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 '농협개혁' 인터뷰…"중앙회 사업체계 개편 적극 추진"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농협 개혁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대변인실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농업인의 조직이어야 합니다. 농협 개혁을 통해 이같은 근본 원칙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이번 개혁의 목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돌아보면 농협 개혁이슈는 정권마다 반복돼 온 과제다. 1993년 농협 개편 논의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계속돼 왔지만 개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보수·진보 정권 하에서도 농협 수뇌부의 구조적 전횡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합동 특별감사에서는 이같은 중앙회의 방만한 운영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024년 1월 회장 선거 출마 당시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적지않은 핵심 간부들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정부가 농협개혁의 칼을 빼든 이유다. 정부는 비리 예방과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농협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 차관과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이번 농협개혁추진단의 공동 단장을 맡았다. 김 차관은 농식품부에서 주요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농정 관료로, 정책 추진력이 뛰어난 '뚝심 있는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김 차관은 "비리로 엉망이 된 농협을 정상화 해 '농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돌려놓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쉽지 않지만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농협 개혁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대변인실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놓자…187만명 조합원 직접 투표"

이번 농협 개혁의 방향은 '주인 되찾기'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87만 명의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다.

현행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조합장 약 1110명이 선출한다. 소수 유권자에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다. 선출 방식은 1961년 관선제를 시작으로 1988년 조합장 직선제, 2009년 대의원 간선제, 2021년 조합장 직선제로 개편됐지만 농업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협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024년 3월 취임사에서 "농업협동조합의 주인은 농업인 조합원"이라며 "중앙회의 모든 사업은 농업인인 조합원과 농·축협의 입장에서 추진하도록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실제 선출은 약 1110명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해야 대표성과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도입으로 중앙회장 권한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감사 기능을 독립해 내부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주요 보직 인사를 분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선거 비용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전국 단위 선거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면 비용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회장 권한 집중과 선거의 정치화 우려에 대해서는 감사 기능 정상화로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김 차관은 "이달 1일 당정 협의와 16일 조합장 간담회에서도 피선거권 자격요건 강화 방안을 분명히 했다"며 "비조합원 출마 허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자율성 훼손 아닌 기능 회복…개혁은 현장과 함께할 때 완성"

농협 개혁의 핵심은 결국 농협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다. 개혁 방향도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무너진 내부 통제 구조를 바로 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김 차관은 "감사기능이 독립돼야 농협 스스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며 "다소 이견이 있겠지만 농협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해 전방위 감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된 감사 체계를 통해 농협이 스스로 감시하고 바로잡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김 차관은 이에 대해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도 공공의 책임"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관련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00년 6월 선고에서 협동조합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가가 이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고 봤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농협 개혁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대변인실

정부의 농협개혁에 대한 여론은 일단 긍정적이다. 김 차관은 "요즘 문자나 전화로 '반드시 개혁을 완수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장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사람들 일수록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음 주부터 권역별 설명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라며 "개혁안의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면 일선 조합장들도 함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협개혁추진단은 지배구조 개편, 조합·조합원 제도 개선 등 후속 과제를 중심으로 6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제사업 활성화와 지역농협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한 2단계 개혁을 추진한다. 농협이 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개혁을 이어간다는 취지다.

김종구 차관은 "농협개혁은 현장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며 "조합장들도 변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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