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착시를 배당할 순 없다

최민경 기자
2026.05.15 05:30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사진은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6.5.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급등은 물가 압력을 높였고, 2.5%라는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주요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들의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을 언급한 배경에도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결코 장밋빛으로만 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K자형 양극화' 때문이다. 반도체 등 IT 산업과 비IT 산업 간의 극심한 온도 차는 성장의 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난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반도체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하방 압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비IT 부문과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이 실물 경제에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성환 전 금융통화위원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대응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성장률 지표 뒤에 가려진 산업 간 양극화를 우려했다. 신 전 위원은 "고용 비중 상 10%도 안 되는 산업이 경제 전체 성장률 숫자를 결정해버리는 상황이 됐다"며 "예전엔 산업 간 격차가 있어도 경제가 선순환됐지만 지금은 산업 간 연결고리가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짚었다.

연내 금리 인상 신호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앞으로 자본·인프라가 부족한 비IT 산업과 취약계층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반도체가 사이클이 명확한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초호황에 기댄 낙관론은 더욱 위태롭다.

이미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현금 지원은 'K자형 양극화'의 해법이 될 수 없다.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위한 대비 없이, 지금의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 정책 당국의 안일한 낙관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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