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효율·신용·보안 다 잡긴 힘들다"…CBDC '삼중 딜레마'

최민경 기자
2026.06.01 09:00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최민경

디지털화폐와 지급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결제 효율성, 신용공급, 개인정보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설계 과정에서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1일 한국은행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지급결제-신용-디지털화폐의 삼중 딜레마' 논문 발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최근 디지털 결제시스템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신용평가와 대출 기능까지 결합한 핵심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알리바바·위챗페이 등 빅테크 플랫폼은 결제와 대출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논문은 디지털화폐 체계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로 △낮은 거래비용과 신속한 결제를 의미하는 '효율적 지급결제' △취약계층까지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효율적 신용공급' △거래 익명성을 보장하는 '개인정보 보호'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운영 주체에 따라 장단점도 뚜렷하게 갈렸다. 빅테크 플랫폼은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무담보 대출을 확대할 수 있지만 시장 독점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크다. 반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화폐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으나 거래 추적이 어려워 대출 상환을 강제하기 힘들어 신용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스마트 CBDC는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상환을 관리할 수 있어 신용공급에는 유리하지만 모든 거래가 중앙에 집중되면서 감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공공 디지털화폐와 민간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을 높일 경우 결제 비용은 낮아지지만 대출 상환 회피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용공급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높일수록 대출 회수 가능성이 떨어져 신용공급이 위축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신용공급 확대, 거래비용 절감, 개인정보 보호는 모두 중요한 사회적 가치지만 서로 상충관계가 존재한다"며 "향후 CBDC와 공공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 이들 목표 간 균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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