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일시적"…외환당국 낙관론속 환율 대응 '실기' 지적도

박광범 기자
2026.06.08 16:42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하며 고환율 기조의 '뉴노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외환당국 대응은 사실상 '방치' 수준에 머물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1500원 중반대까지 오른 환율…정부는 왜?

8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을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에서 찾는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역대급으로 팔아치우면서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5월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했는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77조6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54.0원에서 1539.1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뛰었다.

이 대통령 역시 최근 환율이 오른 이유로 리밸런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주가가 단시간에 너무 많이 올라 (외국) 투자펀드 입장에선 대한민국 보유물 비중이 펀드 안에서 너무 커져버렸다"며 "예를 들면 회사 지침이 (한국 주식 보유비중이) 2.5%인데 너무 커져 6~7%가 돼버려서 내부 리밸런싱을 위해 (한국 주식을) 팔아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글로벌 펀드는 포트폴리오 내 단일 종목 비중이 10%를 넘거나 5% 이상인 종목의 합산 비중이 40%를 상회하면 리밸런싱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례없는 한국 증시 급등에 따라 포트폴리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유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를 팔아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정부는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위기설에도 선을 긋고 있다. 외환위기를 판단하는 근거는 단순히 환율 수준이 아니라 외화자금시장에서의 달러 유동성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 간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빌릴 때 적용되는 스왑레이트는 최근 -(마이너스)1%대에서 -0.7%대로 상승했다. 스왑레이트가 상승한 것은 외환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빌리기 더 쉬워졌다는 의미다.

외국인 주식매도세 멈추면 환율 회복?…구두개입 효과도 미지근
코스피가 전 거래일(8160.59)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마감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그럼에도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의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원화값도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만 펼치고 있단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줄어든 만큼 외국인의 추가 매도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이란 기대다.

이런 인식은 청와대도 비슷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고환율 지적에 "일시적 현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최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며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인 셈"이라고 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던 2024년 말 종가(1472.5원)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랐던 지난해 말 외환당국 대응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외환당국은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이른바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등을 지목하며 11개의 굵직한 환율 대책을 쏟아냈다. 대책의 화룡점정으로 '외환안정 3법'이란 세제카드를 내놓았고, 효과도 확실했다. 세제카드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23일 1483.6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발표날인 24일 1449.8원으로 하루 만에 33.8원 내렸다.

뒤늦게 내놓은 답안지도 미흡하단 지적이다. 그동안 구두개입성 발언만 내놓았던 외환당국은 지난 주말 사이 원/달러 환율이 1560원을 돌파하고 나서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F4회의)를 소집했다. 향후 대응의 초점은 투기성 거래 및 시장 교란 행위를 억제하는데 맞춰졌다.

이를 두고 시장의 환율 상승 기대를 꺾기엔 턱없이 부족하단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의 공식 구두개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실질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를 반전시키고 하락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 수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환율이 이 정도로 오르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그 피해는 취약계층에 더 크게 돌아간다"며 "수출기업도 수입 원가가 오르기 때문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환율을 우리 정부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순 없다"며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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