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일쇼크' 최고가격제 출구전략 시동…가격 동결·고시 연장

세종=조규희 기자
2026.06.18 17:00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하고 첫 주말을 맞이한 1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8일 기준 1리터 당 2011.71원으로 1년 전인 1638.94원보다 372.77원(22.7%)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경유(자동차용) 평균 판매가격도 같은 비교기간 1리터 당 1505.77원에서 2006.22원으로 500.45원(33.2%) 올랐다. 2026.5.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부가 지난 3월 중동 사태로 전격 도입했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 모색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18일 예정된 가격 고시에서 새로운 '7차 고시'를 발행하는 대신 기존 6차 고시의 효력을 연장하고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로 국제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한 달짜리 새 고시로 규제를 묶어두기보다는 단기 연장을 통해 제도 폐지 타이밍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산업통상부는 다음날 0시를 기해 종료 예정이던 '6차 석유 최고가격 고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상한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지난 3월 13일 1차 고시 이후 2차 때 각각 210원씩 일괄 인상된 뒤 6회 연속(약 13주간)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4주 주기'를 깨고 '연장'이라는 변칙 카드를 꺼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행정력 소모를 줄이겠다며 지난달 22일 6차 고시 당시 조정 주기를 2주에서 4주로 늘린 바 있다. 원칙대로라면 이날 향후 4주간 적용될 '7차 고시'가 나와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7차 고시 발령을 미루고 6차 고시 유지를 선택한 것은 지난 14일 타결된 미·이란 종전 협상 영향이 크다. 최고조에 달했던 중동 리스크가 해소되며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현재 80달러선(16일 종가 기준 78.96달러)으로 급락했다.

만약 정부가 원칙대로 4주짜리 7차 고시를 발령할 경우, 가파른 국제 유가 하락 추세를 즉각 반영하지 못해 시장 가격을 왜곡하거나 규제 해제 시점만 한 달 뒤로 늦춰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정부 역시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규제를 철회할 명분과 타이밍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석유최고가격제 종료 시점 등과 관련해 "이번 주말을 고비로 상당히 많은 것을 판단하는데 여러 진전여부 등을 판단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연장한 것"이라며 "나머지 상황들은 국제 중동 전쟁 진전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출구전략을 서두르는 데는 정유업계의 거세지는 반발과 재정 부담도 한몫하고 있다. 정유 상한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도매가'에만 적용된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최고가격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채 2차 고시 이후 6차까지 장기간 동결이 이어지면서 정유업계가 추산하는 누적 손실보전 요구액은 이미 3조 원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정부가 공언한 최고가격제 '3대 종료 조건'의 완전한 충족 여부다. 정부는 제도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미·이란 전쟁 종료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착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및 한국 선박 24척 전원 안전 철수를 내건 바 있다.

현재 전쟁 종료와 국제 유가가 80달러선을 진입해 유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조건은 사실상 확보 단계에 진입했다. 마지막 퍼즐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다. 현재 해협 내 매설된 기뢰 제거 작업과 병목 현상으로 인해 우리 선박의 철수 작업이 다소 시일을 요하고 있다.

양 실장은 "호르무즈 통항 재개가 가장 우선 돼야 할 것 같고 다른 한가지는 국제유가로, 현재 상당히 많이 떨어졌는데 이 수준이 어느정도 지속될 것인지도 봐야한다"며 "또하나는 석유최고가격을 해제 했을 때 국내 가격이 어느수준에서 형성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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