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 서리태의 변신…국산 검정콩, 1270억 산업으로 자라다

세종=정혁수 기자
2026.06.22 15:38

가을 수확철이면 농촌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콩. 그중에서도 '서리태'는 특유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검은 껍질 속에 담긴 안토시아닌 성분 덕분에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정작 농민들에게 서리태는 쉽지 않은 작물이다. 수확량이 적고 줄기가 쉽게 쓰러지는 탓에 넓은 면적을 재배하기 어렵다. 콤바인 같은 농기계를 이용한 수확도 쉽지 않다. 건강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산업화 기반이 부족해 소비 역시 제한적이었다. 농촌진흥청이 국산콩 소비기반을 넓히고, 신 수요 창출을 위한 새 품종에 공을 들인 이유다.

농촌진흥청은 기존 서리태 재배에서 나타난 한계를 넘어 논 재배와 기계수확이 가능한 기능성 검정콩 '청자5호'와 '소만' 보급·생산함으로써 소비 기반 확대는 물론 가공식품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청자5호'는 서리태의 맛과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크게 높인 품종이다. 특히 기계수확에 적합하도록 개발돼 논에서도 안정적인 대규모 재배가 가능해졌다.

재래 서리태의 수량은 10아르(a)당 약 200kg 수준이지만 청자5호는 343kg에 달한다. 무려 70% 이상 높은 생산성이다. 콤바인을 이용한 수확도 가능해지면서 농가들은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2020년 314ha에 불과했던 재배면적은 2025년 3,703ha로 12배 가까이 늘었다. 생산액도 같은 기간 107억 원에서 1,270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농진청은 동물실험을 통해 청자5호가 비만과 대사증후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기능성 식품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청자5호를 원료로 한 두유와 된장, 제과류 등 가공식품은 2023년 6종에서 2025년 20종 이상으로 확대됐다. 한 두유 전문기업은 원료를 청자5호로 전환한 뒤 판매량이 2020년 20만 봉에서 2024년 550만 봉으로 급증했다. 논에서 자란 검은콩이 건강식품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원료가 된 것이다.

또 다른 품종 '소만'은 기능성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소만은 현재 개발된 콩 품종 가운데 항산화 성분 함량이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이소플라본과 안토시아닌 함량이 기존 서리태보다 높다.

농진청 연구 결과에서는 종양 성장 억제 효과도 확인됐다. 관련 연구 성과는 고령층을 위한 케어푸드와 식물성 음료, 건강기능 소재 등 미래 식품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은 산업체와 함께 현장 실증을 진행하며 낫토, 두유, 콩기름, 선식 등 다양한 제품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과거 검정콩은 건강에 좋은 잡곡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청자5호와 소만은 단순히 새로운 품종이 아니다. 재래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산 콩을 기능성 식품과 미래 식품소재 산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농진청은 앞으로도 재배면적 확대와 가공제품 개발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고단백·저취(低臭) 특성을 갖춘 식품 소재용 콩 품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은 "기계수확이 가능한 검정콩 품종은 생산 기반 확대와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대안"이라며 "앞으로도 품종별 특성에 맞춘 산업화 전략을 수립해 국산 콩수요 창출과 고부가 신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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