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에 있어 노조측에 유리한 판정이 연이어 나오며 경영계에선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안전 등 직접적인 생산 관계뿐 아니라 급식, 보안 등 간접 지원 업체들까지 교섭대상이 되면서 상시적인 교섭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관련 노동위원회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한 사례는 총 113건이었으며 이 중 91.2%인 103건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는 10건에 불과했다. 노동위 판결 10건 중 9건은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교섭 대상이 하청 노조까지 확대되면서 원청 사용자의 교섭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법 시행 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노조에 대한 과도한 피해보상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산업현장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을 대상으로 하청의 교섭권을 열어줌으로써 노사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법 개정의 본래 취지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개정 노조법에 대해 무제한 교섭요구나 상시 교섭 가능성 등 교섭부담이 확대된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특히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나 근로자 처우 개선 노력 등이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의 근거가 될 경우 사용자의 선의나 법적 의무 이행이 오히려 교섭의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로 3월10일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1161개 하청 노조에서 43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교섭부담은 늘어난 상황이다. 교섭요구가 발생한 사업장 중 141곳은 사용사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기 위해 노동위 절차를 거쳤으나 대부분은 사용자성 인정으로 결론이 났다.
경영계가 더욱 우려하는 부분은 직접적인 생산관계가 아닌 급식이나 보안업체에 대해서도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의 사내식당을 운영하는 웰리브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에 대해 최근 중앙노동위는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초심에 해당하는 경남지방노동위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지 않았으나 중앙노동위는 한화오션이 산업안전 및 작업환경 의제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울산지방노동위에서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교섭요구 사건에 대해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현대그린푸드(구내식당), 현대차보안지회(경비), 자동차판매연대서울지회(판매대리점) 등 10개 하청 노조에서 교섭을 요구했는데 이번 판정에서 어느 범위까지 교섭권을 인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노동위는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이유는 판정서가 공개 돼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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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같은 판결에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조선 등은 직접적인 생산관계뿐 아니라 지원 업무까지 포함할 경우 수십, 수백개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해야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간접적인 지원 협력관계까지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확장할 경우 단체교섭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한다. 1개 원청 사업장당 교섭요구는 평균 2.6건(평균 조합원 수 375명) 수준으로 일각에서 제기한 교섭 쓰나미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각에서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원·하청 노사는 노동위원회 판단과 교섭창구단일화 등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정 노조법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여전한 만큼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도입 등도 근로조건과 연관되면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정부가 경영계와 소통해서 보완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