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우주를 만난 날…美반데버그에서 울컥한 여성연구자

세종=정혁수 기자
2026.07.09 08:35

대한민국 첫 농림위성 발사 현장 지킨 방혜선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데버그 공군기지에서 국내 첫 농림위성 발사 성공을 지켜본 방혜선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함께 한 농림위성센터 김원일 연구관(맨 왼쪽), 홍석영 농림위성센터장(왼쪽에서 세번째), 유정희 농림위성센터 주무관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했다. 우리도 해냈구나."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데버그 공군기지. 거대한 화염을 뿜으며 로켓이 밤하늘을 가르던 순간, 방혜선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의 머릿속에는 지난 10여 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2012년 "대한민국에도 농림 전용 위성이 필요하다"는 작은 제안에서 우주로의 도전은 시작됐다. 수없이 예산의 벽을 넘고, 연구를 이어온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모든 노고를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첫 농림위성 발사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방 국장은 평생을 농업 연구에 몸담아온 여성 연구자였다.

그는 이번 농림위성 발사를 앞두고 농진청 대표단장을 맡아 반데버그 공군기지에서 농업위성 발사상황을 지켜 봤다. 카운트다운이 '0'을 가리키자 거대한 섬광과 함께 발사체가 지면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현장을 감싸고 있던 긴장감은 순식간에 환호성과 박수로 바뀌었다.

(서울=뉴스1) = 농림·산림 관측을 위해 개발된 국산 차세대중형위성4호가 7일 오후 4시12분(현지시각 오전 0시12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날 발사된 69기의 위성 가운데 우리 농림위성은 발사체 운영사인 스페이스X로부터 대표 위성 가운데 하나로 소개됐다. 미국과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농업 과학기술의 존재감을 알린 순간이었다.

방 국장은 "대한민국 농업이 이우주로 본격 진입한 역사적인 날 이었다"며 "평생 잊지 못할 자부심이었다"고 회상했다.

'우주농업'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외 위성에 의존해 농경지를 관측해야 했다. 원하는 시기와 지역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데이터 확보에도 제약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산 농림위성이 본격 운영되면 한반도에 최적화된 궤도에서 전국 농경지를 보다 넓게, 더 자주, 더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우리 농업만을 위한 '독자적인 눈'을 갖게 되는 셈이다.

농진청 역시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해 왔다. 2012년 위성 개발 기획 단계부터 농업 분야 활용 필요성을 제안했고, 홍석영 농림위성센터장 등 관계자들은 위성 탑재체 규격 설정과 예비타당성 조사 대응, 예산 확보를 뒷받침했다. 동시에 10년 넘게 위성 영상을 활용해 재배면적과 작물 생육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실제 활용 기반을 축적해 왔다.

앞으로 농림위성이 보내오는 데이터는 농업 현장의 모습을 크게 바꿀 전망이다.

가뭄이나 병해충 피해를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하고, 작물 생육 상태와 재배면적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농업인은 자신의 논과 밭 생육 변화를 확인하며 맞춤형 영농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정부는 직불제와 농업재해 관리, 농지 관리 정책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인공지능( AI) 기술까지 결합되면 생육 진단과 비료 처방 등 맞춤형 정밀농업 서비스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발사가 끝났다고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약 4~5개월 동안 위성의 초기 운영과 영상센서 교정·검증을 거쳐 우주에서 보내오는 데이터와 실제 지상 정보가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을 마치면 2027년부터는 농업 현장과 정책 수립에 본격적으로 위성 데이터가 활용될 예정이다.

농진청은 앞으로 우주항공청과 함께 우주농업기술 공동연구도 추진한다. 극한 우주환경에서도 재배 가능한 작물과 미래 식량 생산기술, 물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순환형 농업시스템 등을 연구해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농업의 해법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방혜선 연구정책국장은 "농림위성은 우리 농업의 작은 시작이지만, 앞으로 창대한 미래를 만들어갈 씨앗이 될 것"이라며 "농업과 우주기술의 융합이 대한민국 농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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