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싫어요', 토큰화 '좋아요'…블록체인 활용에 다른 시각, 왜?

안재용 기자
2026.07.19 06:00

[선데이모닝인사이트] 토큰화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비트코인(BTC) 가격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뒤 현재 9000만원 선을 유지하면서 완만하게 회복 중인 1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7.01.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수천만 원이 넘는 그림, 수백억~수천억 원을 오가는 건물에 투자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고액 자산가들의 몫이었다. 또 돈이 있어도 한우, 저작권 수익, 항공기 매출 수익 등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는 관리비용이 부담이다. 저작권·항공기 매출 등은 거래가 제한적이다. 아무나 접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누구나 비교적 쉽게 소액으로 미술품·한우·건물·저작권 수익 등의 자산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산 토큰화(RWA)가 현실이 돼 가고 있어서다.

기존에 거래되던 주식, 국채, 회사채, 금, 원자재 등도 토큰증권 형태의 발행·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지고, 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등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자산 토큰화를 바라보는 전 세계 통화·규제 당국의 시선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15일 ECB 콘퍼런스 '전환기의 화폐: 경제의 디지털화와 혁신'에서 "기술은 화폐가 교환되고 거래가 결제되는 방식을 다시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토큰화가 있다"라며 "수십 년간 유럽의 성장을 가로막아 온 (자본시장) 시장 분절을 해소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민간 스테이블코인 등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과는 대조된다. 특히 중앙은행들은 자산 토큰화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정도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것은 같은데 왜 그럴까?

토큰화란 무엇인가... 증권화와 다른 점은?

자산의 토큰화란 현실에 존재하는 자산이나 권리를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고 그 소유와 거래 기록을 분산원장에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토큰을 가진 사람이 자산에 대한 실제 소유권을 갖는지 혹은 임대수입·매출 만을 받을 수 있는지, 가격만을 추종하는지는 토큰화 법과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토큰화를 하면 그동안 많이 거래되던 주식, 채권, 금, 원자재 등을 넘어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항공기 매출 등을 증권시장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이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오직 토큰화를 통해서만 건물, 미술품, 저작권, 항공기 매출 등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불충분한 설명이다. 우리는 이미 자산의 증권화라는 금융혁신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자산의 증권화란 일반적으로 부동산 대출, 매출 채권, 임대수익, 대출 이자 수입 등 자산이나 해당 자산에서 나오는 미래 현금흐름(미래의 수익)을 묶어 이를 기초로 투자자가 살 수 있는 증권을 발행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것으로 유명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당시의 주택저당증권(MBS)도 서브프라임(저신용자)에 대출해 준 것에 대한 원금·이자수입을 증권화한 거래 가능한 자산이었다.

자산을 잘게 나눠 팔 수 있다는 것도 토큰화만의 특징은 아니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리츠(REITs, 여러 투자자에게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와 매각차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투자회사) 또한 부동산을 나눠서 매수하는 효과를 갖는다.

즉 토큰화가 갖는 결정적 특징은 거래되지 않던 자산을 나눠서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 기록과 거래, 결제, 배당을 블록체인상에서 스마트 계약(스마트 콘트랙트)을 통해 즉각적으로 동시에 자동화해 처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45% 하락한 6960.50원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16.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토큰화의 결정적 효과…'거래비용↓'

그래서 토큰화의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은 거래비용을 크게 낮춘다는 데 있다. 자산이나 증권을 블록체인상에서 발행, 기록, 거래, 결제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자산의 관리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토큰화를 통해 일반인의 입장에서 가장 와닿는 이득은 주식 매도 자금 인출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주식을 보유하다가 매도하는 경우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서 이틀의 시간이 지나야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 사회초년생이 급한 돈을 주식에 넣어뒀다가 돈이 필요한 당일에 매도해 자산은 있는데 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토큰화를 통해 거래기록이 분산원장에서 자동으로 처리되면 이론상 주식 매도 즉시 현금을 인출·송금할 수 있다.

정부·금융당국도 주식 결제 기간 단축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식은 매매가 체결돼도 청산·결제를 거쳐 2영업일 뒤 대금이 확정되는 'T+2' 방식을 적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오늘 주식을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자산이 토큰화가 실현되면 증권사·거래소·예탁기관·수탁기관이 각각 보유한 장부를 대조하는 비용이 줄어들고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을 동시에 처리해 결제 실패 위험이 감소한다. 이 밖에도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본효율이 개선되고 하나의 인프라를 여러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 시스템 구축 비용이 줄어든다.

그런데 거래비용이 감소하면 경제적 효과가 추가로 발생할 여지가 있다. 자산의 증권화로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이 확장되는 것이다.

매출 채권 거래는 자산의 증권화 등을 통해 가능하다. 그런데 토큰화는 경제적으로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측정과 거래 등이 자동으로 처리되면서 관리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비용 때문에 시장화되지 못했던 소규모·단기 자산을 경제적으로 거래 가능하게 해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동네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 또한 토큰화를 통한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수십~수백만 원의 적은 매출은 채권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어려웠다. 매출을 기록하고 확인하고 양도·회수하는 비용이 더 들었기 때문이다.

토큰화는 반기고 스테이블코인은 경계하는 중앙은행·규제당국...왜?

그런데 자산 토큰화에는 블록체인 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자산 토큰화에는 우호적이나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ECB는 유럽에 토큰화 금융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스위스 중앙은행(SNB)도 프로젝트 '헬베티아'를 통해 디지털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앙은행에 준하는 통화·은행 감독기관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 2024년 '앙상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토큰화 예금으로 토큰화 자산을 결제하는 인프라를 시험 중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에는 경계감을 드러낸다.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지만 자산의 토큰화는 혁신 인프라의 측면이 강하다면 스테이블코인은 화폐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각국 중앙은행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BOK 이슈해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가치 유지 실패 △코인런 △소비자보호 공백 △금산분리 충돌 △외환규제 우회 △통화정책 약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위원도 지난달 1일 한은이 주최한 '국제중앙은행 및 화폐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민간 부문의 화폐 혁신은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금융 안정성 위험을 증대시키고 통화정책 전달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며 국제 통화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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