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서 기자간담회…"성장 안 하니까 민주주의도 다 문제 생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해 "체제가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가끔은 완전히 망각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만 생각하고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잊어버린다는 질타다.
최 회장은 1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단 간담회에서 "양쪽 바퀴가 균형이 맞고 같은 속도로 돌아야 되는데 한쪽 바퀴가 안 돌고 있으니 덜커덕거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6년 간의 재계 수장 역할을 마무리하고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직 퇴임을 앞둔 최 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성장을 가로막는 우리나라의 제도적 모순을 비판했다.
먼저 최 회장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지목되는 52시간 규제 등에 "일률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모든 산업과 기업에 다 적용을 시켜버리는 것"이라며 "자유 의지를 좀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성취 등을 위해서 일을 더 하겠다는 것까지 왜 막느냐는 얘기다.
주요국 대비 과도한 상속․증여세 등과 관련해서는 "상속세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들도) 과거 고성장 시대에 제도를 아직도 똑같이 갖고 있다"며 "저성장으로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성장을 하는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2배가 되고 고용을 늘리면 상을 주느냐? 안 준다"며 "우리 제도는 가난하니까 무조건 줘야 돼, 부자니까 계속 증세를 해야 돼, 이 틀에서 나오지를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장을 안 하니까 민주주의도 다 문제가 생긴다"며 "성장을 해야 양극화 등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의 천문학적 이익을 놓고 '사회연대임금' 등 분배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도 재원을 '초과세수'에 한정해야 한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저희가 세금을 많이 내고 그 세금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건 정부가 알아서 하는 거니까 토를 달 이유가 없다"면서도 "저희가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사회연대임금 논의 등) 이런 방향일지는 잘 모르겠다. 찬성, 반대가 아니라 아직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2026.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김명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7/2026071909152560627_2.jpg)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는 AX(인공지능 전환)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최 회장은 "제조업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며 "AI(인공지능) 트렌드에 타고 오른 업종은 경쟁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마켓이 커지니까 돈을 벌고 있다. 그렇지 않은 업종은 더 형편 없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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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I를 4살짜리 정도로 평가해온 최 회장은 신속한 미래 투자로 이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린 누군가가 이를 잘 이용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공적 AX에 따른 미래 시대에는 AI가 돈을 스스로 버는 '토큰(AI가 정보를 처리하고 생성할 때 사용하는 기본 단위) 이코노미'가 도래한다고 전망했다. 토큰을 받아서 가치 있는 AI 솔루션을 내면 이게 다시 거래돼 토큰이 생기면서 돈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토큰이 돈을 대체해서 돌아간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그 바퀴가 돌아가면 AI는 자생적으로 돌아가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시대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에너지 관련 전기장비, 전선 소재 산업 등에서 병목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문제는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의 발전 용량은 150기가(GW) 정도인데 여태까지 대한민국은 피크타임에 100기가를 넘어본 일이 없다"며 "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발전 용량 150GW는 모든 발전 설비가 수리나 정비 없이 100% 가동된다는 전제 하의 이론적 기준이지만 그만큼 어느 정도 추가 활용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최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한상의 회장 퇴임 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등판설에는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경제단체를 하는 일보다 제가 더 포커스를 해야 되는 일에 비중이 커지고 그래서 (재계를 대표하는) 제 목소리는 내년 이후가 되면 아마 그렇게 많이 듣지는 못하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