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인사이드]트루스소셜 유료 서비스, 연설담당 직원은 예측시장 베팅 적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대통령 관련 단체에 쌓아둔 모금·후원금….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사적 플랫폼을 공식 정책발표 창구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의 연설 장비(프롬프터) 담당 백악관 직원이 대통령 발언 관련 예측시장에 투자해 온 게 발각되기도 했다.
트루스소셜 운영사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러지그룹(TMTG)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트루스 API'(Truth API)를 8월1일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MTG는 트럼프 대통령 계정 등 트루스소셜 내 구독자 기준 상위 10개 계정의 게시물이 일반 이용자들에게 공개되기 전 '1000분의 1초' 단위로 먼저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상위 10개 계정에는 트럼프 대통령 이외 JD 밴스 미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있다. 회사는 서비스 가격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도 있다. 고객들은 트루스소셜 주요 계정들의 게시물들을 수작업으로 모니터할 필요없이 수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단 몇 줄의 SNS 게시글로 세계 경제, 외교, 금융시장 등을 뒤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먼저 확인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상품이다. 케빈 맥건 TMTG 임시 CEO(최고경영자)는 "시장은 이미 트루스소셜 게시물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트루스 API는 플랫폼에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수익·반복 매출이 가능한 자체 자산을 수익화하려는 우리의 전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X, 레딧 등 SNS 플랫폼들은 이미 이런 AP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알고리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기관 등이 API 서비스를 이용한다. 문제는 트루스소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정책 발표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관세, 이민 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결정 사항을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트루스소셜을 통해 먼저 알리고 있다. 돈을 내면 투자성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 같은 정보를 먼저 알게 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통령 가족이 사업 이익과 백악관 업무를 뒤섞은 최신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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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민주주의 수호자 기금'의 버지니아 캔터 윤리 전문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최대 주주 중 한 명으로서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개인 채널을 통해 정보를 흘려보내고 있다"며 "(트루스 API 서비스는) 심각한 이해충돌"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전례 없는 규모의 모금 활동을 통해 자신과 측근이 통제하는 단체나 재단에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단체의 재무공시와 로비 자료, 세무 서류, 후원자 인터뷰 등을 분석한 결과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단체에 유입된 기부금과 후원금이 최소 7억8195만달러(약 1조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WSJ은 상당수 단체가 기부자 명단이나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모금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많은 자금이 집중된 곳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곽 지원 조직인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마가 주식회사'로 2024년 11월 대선 이후에만 3억93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지난 5월 말 기준 보유 잔액은 여전히 3억8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이 단체가 사용한 금액이 전체의 약 2.6%인 1000만달러 가량이다. 슈퍼팩 자금을 쌓아두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할 수는 없다. 이 자금이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번째로 많은 자금이 모인 곳은 취임식을 위해 설립된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로 총 2억4100만달러가 모였다. 양계업체 필그림스프라이드와 암호화폐 리플을 비롯해 100만달러 이상 기부자만 130곳이 넘었다.
에릭 트럼프가 이사장인 '트럼프 도서관 재단'에도 최소 1억300만달러가 모였다. ABC뉴스, 메타, 파라마운트 등 3개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과 소송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국고나 제3의 기관이 아니라 이 재단에 직접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도 올해 초 이 재단에 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로비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기부와 정부 정책 사이 연관성도 논란이다. 담배회사 레이놀즈가 기부한 800만달러 가운데 500만달러가 연방식품의약국(FDA)의 '가향 전자담배 규제 완화' 지침 발표가 나오기 일주일 전에 납입됐다. 기부금 납입 이틀 뒤 레이놀즈 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장 오찬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위한 민간 기부 창구인 '내셔널몰 트러스트'는 기업들이 백악관과 줄을 대는 '대관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메타, 코인베이스, 팔란티어 등이 기부했고 기부자 대다수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찬에 초청받았다.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의 분석에 따르면 연회장 건립 기부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연방정부로부터 따낸 공공 계약 규모만 5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한 '프리덤 250', 워싱턴 골프장 부지에 조성되는 '미국 영웅의 정원' 관련 재단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망에 포함됐다고 WSJ은 전했다. 매체는 과거 대통령들이 선거 운동이나 취임식, 대통령 도서관 건립 등을 위해 민간 후원을 받았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목표 추진, 반대 세력 공격, 퇴임 후 정치적 유산 구축 등에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백악관 대변인실의 데이비스 잉글은 WSJ에 보낸 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금 모금 능력부터 정책 추진력, 미국 우선주의 의제 실현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며 "모금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보적인 위상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키스톤(미 사우스다코타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사우스다코타주 키스톤 인근 러시모어 국립기념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텔레프롬프터가 보인다. 2026.07.04. /사진=뉴시스](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7/2026071910422099108_6.jpg)
이런 가운데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정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돈을 번 사람 중 한 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원고 담당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 ABC·CNN 방송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에서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로 가브리엘 페레즈 대통령 부보좌관 겸 기술고문을 조사 중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레즈 부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때 원고를 띄우는 '텔레프롬프터' 담당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은 마지막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은데 페레즈 부보좌관은 연설문 최종본을 볼 수 있는 소수의 보좌진 중 한 명이라고 CNN은 전했다. 그는 이런 지위를 활용,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어떤 단어나 문구를 쓸지 예측하는 '언급시장'(mention markets)에 베팅한 걸로 보인다.
그가 칼시에서 번 돈은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칼시 측은 "감시팀이 (페레즈 부보좌관의) 거래를 적발해 CFTC에 넘겼다"고 밝혔다.

ABC 방송은 페레즈 부보좌관이 수익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CFTC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고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그를 형사 입건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페레즈 부보좌관이 무급 휴직 중"이라며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백악관 직원이 내부자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처음 규명된 사례다. 지난 4월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작전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약 4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 미군이 체포됐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예측시장은 정치·경제·사회·스포츠·금리·선거 등 미래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방식다. 폴리마켓과 칼시가 대표적인 예측시장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