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GDP·GDI 격차 최대…반도체발 내수 파급효과 크다"

최민경 기자
2026.07.19 12:00

최근 경기 호조가 과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과 달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끈다는 점에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 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는 만큼 금융불균형과 산업 쏠림 현상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반면, 교역조건 개선 효과가 반영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증가했다. GDP와 GDI 간 성장률 격차는 9.4%포인트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0년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확대가 GDP 성장을 이끈 데 이어 메모리 가격 상승이 교역조건을 개선하면서 GDI를 추가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교역조건의 큰 폭 개선은 향후 내수 증가세를 지지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와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중동발 유가 상승에도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2.5% 급등했고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반도체를 포함한 IT 부문이 기여했다.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와 유가 안정화 전망을 감안하면 양호한 교역조건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웅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이번엔 수출가격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하면서 기업 이익이 바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투자를 바로 해야 하는 만큼 투자 효과도 과거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교역조건 개선기에는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고 투자는 시차를 두고 증가했지만, 수출물가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끄는 국면에선 소비가 유의하게 늘고 투자도 즉각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번 역시 AI발(發)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형' 교역조건 개선인 만큼 내수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소비 회복은 투자보다 다소 늦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IT부문 중심의 높은 임금 상승세가 가계 소득 기반을 확충하는 가운데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도 소비 회복에 일부 기여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같은 수혜가 한계소비성향과 자산효과가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있는 점은 전체 소비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 차장은 "과거에는 유가 하락을 일시적인 소득 증가로 인식해 소비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임금 상승을 통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여타 업종으로 임금 상승세가 확산된다면 내년쯤 소비 개선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기되는 반도체 고점론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차장은 "현재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초과수요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 가격이 갑자기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가격 측면에서는 양호한 교역조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될 경우 중장기 성장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여타 제조업으로 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통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높은 IT 의존도로 경기와 재정, 금융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자금이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경우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또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대가 서비스 등 비교역재를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원이 IT 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다른 핵심 산업의 생태계가 약화되고 계층 간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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