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각종 외신을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준의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접하게 된다. 미 연준은 그들의 물가 목표인 2%보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강하기에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되려 중동 전쟁 이후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관세로 인한 물가 충격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논리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일회성 물가 상승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관세를 부과한 지난 해 대비 올해 물가는 높겠지만 그 효과를 소화한 올해 대비 내년의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매년 관세를 올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쟁 역시 마찬가지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일회성 물가 상승 때문에 연준이 항공모함을 돌리는 것 같은 성급한 통화 정책 전환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연준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논리로 내세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2021년 3월 2%를 넘어선 이후 2026년 7월이 된 현재까지 2%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를 향해 내려가는 중에도 갑자기 러-우 전쟁이 터지고, 이란 사태가 불거지고, 미국 경제가 강해지고, AI 설비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도 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2%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 이른 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가 나타나게 된다. 고질병은 치료도 어렵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고착화 심리가 자리잡기 전에 연준 내 매파 진영에서는 이를 제어하기 위한 강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잡아주지 않으면 더 많은 금리 인상 등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착화의 우려는 인플레이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꽤 오랜 기간 높은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 역시 우려 사항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국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환율의 상승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기조와 맞물리게 되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AI로 인해 성장세가 과거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상황까지 겹치면 한은의 우려보다 국내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경계감과 안정을 위한 노력, 역대급으로 늘어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여년 간 원/달러 환율의 평균은 약 1160~70원 수준인데,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장기 평균 레벨을 뚫고 올라간 환율은 쉽사리 내려오지 않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경제 주체들이 높아진 환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환율의 하단이 과거보다 높아지게 되는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 수준 금리 인상이 경제에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국내 펀더멘털을 벗어난 환율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각 경제주체들은 고환율의 고착화가 만들 부작용을 주목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