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토큰화 지급준비금으로 이체 실험…국경 간 결제망 검증

최민경 기자
2026.07.30 18:00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최민경

한국은행이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겨두는 돈인 지급준비금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바꿔 은행 간 원화를 이체하는 실거래 테스트를 수행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주도하는 국가 간 지급결제 실험 '프로젝트 아고라'의 일환이다.

한은은 30일 농협은행·신한은행과 함께 아고라 플랫폼에서 2000만원 규모의 은행 간 원화 이체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두 은행이 이체를 요청하면 한은이 아고라 플랫폼에서 토큰 형태의 지급준비금을 만들어 옮긴 뒤, 거래 후 이를 다시 기존 지급준비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한은의 디지털화폐 실험 플랫폼인 '한강'과 한은금융망(BOK-Wire+)을 수동으로 연결했다. 한은금융망은 금융기관들이 한은에 보유한 자금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결제 시스템이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중앙은행 지급준비금과 은행예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 국가 간 송금과 결제를 더 빠르고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BIS 주도 사업이다. 이번 실거래 테스트에는 한은을 비롯한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기관 등 28개 기관이 참여했다.

원화와 달러화, 유로화, 엔화,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프랑화 등 6개 통화를 대상으로 △은행 간·기업 간 송금 △두 통화를 동시에 쓰는 거래 △외환 거래의 동시 결제 등 17개 방식에서 총 3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 규모는 총 약 80만스위스프랑이었다. 원화 거래는 총 1억2000만원 규모로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이번 테스트에 쓰인 토큰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이 아니다. 실제 지급준비금과 은행예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디지털 형태로 표시한 것이다. 플랫폼은 은행예금 거래를 함께 기록하는 공통 장부와 국가별 지급준비금 거래를 따로 기록하는 장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BIS는 기존 은행 시스템과 플랫폼이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급 요청부터 최종 결제까지 평균 약 1분20초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토큰화를 통한 원자적 결제로 거래 처리 속도와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원자적 결제는 거래에 딸린 모든 절차가 함께 완료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거래 전체가 취소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앞으로 이번에 시험하지 않은 거래 방식도 추가로 점검하고, 한강 플랫폼과 아고라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강 플랫폼을 한국의 지급준비금 거래 장부로 활용하는 방안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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