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11일 향후 원/달러 환율 흐름과 관련, "수급이나 기대 심리 등 일시적인 요인들이 남아있어 빠른 속도로 내릴 것이라 보진 않지만, 방향 자체는 밑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약간의 변동성이 있을진 몰라도 환율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 중장기적 영향보다는 일시적, 단기적 요인들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다"며 "수급여건과 같은 (일시적, 단기적 요인들이) 실제 펀더멘털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무역수지 흑자, 내외금리차, 성장률 등보다 더 크게 작용하면서 환율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적 요인이 어느정도 영향력이 떨어지고 한은도 금리를 올리면서 펀더멘털이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무역수지 흑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내외금리차도 더 줄 수 있단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환율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도 있어 보다 펀더멘털하고 중장기적인 요인들이 일시적 요인보다 영향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일본 외환시장에 공동개입하며 이용한 '피마 레포'(FIMA Repo)와 관련해서도 현재로선 국내 외환시장에 안정에 피마 레포가 동원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피마 레포 제도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외국 통화당국이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고, 연준에 잠시 맡긴 뒤 달러를 빌려가는 담보대출 창구다. 우리나라도 2021년 미국과 600억달러 한도의 피마 레포 계약을 맺어놓은 상태다.
유 부총재는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외화를 빌리는데 한도를 원하는 만큼 못빌리거나 높은 금리로 빌리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빌려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정도로 (달러가) 모자라지도 않아 지금까지 (피마 레포 제도를)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당분간 피마 레포를 사용해 한은이 달러를 빌려와 우리 금융기관에 빌려주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할 상황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0.25%p(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째 유지해 온 연 2.5%의 기준금리를 올리며 3년 6개월 만에 다시 통화긴축 시대에 들어갔다.
유 부총재는 "특별한 충격이나 요인이 없다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는 데이터를 보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여전히 물가관리 목표(2%)를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2분기 GDP(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0.6% 성장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고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물가는 높고 성장은 견조해 한은의 통화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유 부총재는 "가장 중요한 건 기준금리 정책이 사전적, 선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성장과 물가 경로 전망을 보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유 부총재는 오는 20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한은에 입행해 금융시장국, 국제국, 국제협력국 등을 거쳤다. 2018년 5월부터 국제금융·협력 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부총재보 시절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대응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총괄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이후 2021년 7월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에 부임한 뒤 2023년 8월 한은으로 복귀해 부총재직을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