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고공행진…수출물가 28년4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최민경 기자
2026.08.14 06:00
(평택=뉴스1) 구윤성 기자 = 11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26.8.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달 수출물가가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기록을 한 달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에 수입물가는 두 달 연속 내렸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6년 7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0% 상승했다. 지난 4월(7.5%)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6월(-0.1%)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9.1% 올라 1998년 3월(57.1%) 이후 28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기록한 28년3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48.7%)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반도체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수출물가를 끌어올렸다. 환율 영향을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3.0% 올랐다.

품목별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석탄 및 석유제품 수출가격이 각각 4.8% 올랐다. 컴퓨터 기억장치는 17.6%, D램은 6.6% 상승했다. 경유와 나프타도 각각 11.2%, 6.2% 올랐다.

반면 화학제품은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수지 가격 하락으로 3.8% 내렸다. 1차 금속제품과 운송장비도 각각 3.9%, 1.9% 하락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22.3% 급등했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0.3%, 248.1% 뛰었다.

수입물가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7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1.0% 내렸다. 6월(-4.2%)보다 하락 폭은 축소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7% 올라 전월(20.9%)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함께 하락하면서 수입물가를 끌어내렸다.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6월 배럴당 79.45달러에서 7월 76.75달러로 3.4% 떨어졌다.

중간재 수입물가는 석탄 및 석유제품(-3.9%)과 1차 금속제품(-3.8%)을 중심으로 2.2% 하락했다. 프로판가스와 벙커C유 가격은 각각 25.2%, 7.8% 내렸고 알루미늄 정련품은 8.4% 떨어졌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1.8%, 0.1% 하락했다.

반면 원재료 수입물가는 0.8% 올랐다. 원유 가격이 4.8% 내렸지만 천연가스가 24.8% 급등한 영향이다.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도 전월보다 0.9% 상승했다. 해외 거래가격 자체는 올랐지만 원화 강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하락한 셈이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로는 2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물량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9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둔화했다. 7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0.0% 올랐다.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4.2%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금액은 가격과 물량이 함께 오르면서 154.2% 급증했다.

수입물량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4.7% 올랐다. 수입금액지수는 25.8% 상승했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4.7%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다. 순상품교역조건은 37개월 연속 개선세를 이어갔다.

수출가격이 36.8% 올라 수입가격 상승률(9.7%)을 크게 웃돈 영향이다. 특히 교역조건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6월 두바이유 가격이 전월보다 23.0% 급락하면서 수입가격 상승 폭이 축소됐다.

이 팀장은 "교역조건 개선세가 지속된 것은 수출품의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데 따른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음을 시사하며 우리 경제의 대외 구매력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월 대비 6.9% 하락했다. 수출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1년 전보다 늘었지만 전월보다는 줄었다는 의미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과 수출물량이 모두 오르면서 전년 동월보다 49.7% 상승했다.

8월 수입물가 전망에 대해 이 팀장은 "8월 1~12일 원/달러 환율은 전월 평균보다 약 5% 하락했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약 7.3% 상승했다"며 "수입물가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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