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턴도 '金턴', 경력직 뽑는다"...스펙 빵빵해도 탈락, 탈락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9.17 04:10

[청년과 미래를 잇는 취업 사다리]②

우리금융지주의 K뉴딜 아카데미 과정인 '우리WON청년IT아카데미' 교육 현장. /사진=김사무엘 기자

"요즘은 '금(金)턴'이라고 얘기해요. 공채는 인턴 한 사람들만 뽑는데 인턴도 인턴했던 사람을 뽑아요."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의 K뉴딜 아카데미 과정인 '우리WON청년IT아카데미' 교육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최민성씨(26)는 최근 청년 취업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기업들의 '경력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현상 속에서 공채뿐 아니라 인턴마저도 일 경험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대학교 3학년2학기까지 마치고 휴학 중인 최씨는 이번 여름방학에만 20곳의 인턴에 지원했는데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AI(인공지능) 기술이 너무 발전하다보니 공채 자체가 많이 줄었고 애초에 신입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좁아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최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K뉴딜 아카데미 현장 4곳을 직접 찾아가본 결과 교육을 듣는 청년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K뉴딜 아카데미는 기업이 직접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이다.

이전엔 자격증이나 대외활동 수상 같은 '스펙'만 충분하면 취업에 문제 없었지만 요즘은 일 경험까지 요구하는 추세다. SK플래닛의 '스마트항만·해양물류 데이터 실무 과정'을 수강하는 박준형씨(26)는 "대학 졸업 후 자격증 공부하고 어학 성적도 맞췄는데 이력서 경력사항에 아무것도 쓸 게 없더라"며 "대학에서 파이썬 등 프로그램 수업도 들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발전은 취업 시장도 빠르게 바꿨다. 같은 과정을 수강하는 김태홍씨(31)는 "자기소개서 양식도 다 변했다"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하반기 자소서 양식을 보니 AI 활용 경험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방의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부산에서 아난티와 부산디자인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난티 호스피탈리티 서비스경험 디자인' 과정을 수강 중인 손진영씨(29)는 "지방은 수도권과 비교하면 일자리 질이나 규모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며 "월급, 복리후생에도 차이가 있고 관련 직무교육을 받을 기회도 굉장히 적다"고 지적했다.

K팝 댄스 지도자부터 IT전문가까지…'일 경험' 제공 긍정적 효과

이 같은 상황에서 K뉴딜 아카데미는 청년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고 취업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기존의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달리 기업의 실무자들이 직접 청년들과 만나 실무교육을 제공하고 현장도 체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차별성이 있다.

수강생들이 K뉴딜 아카데미 과정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도 실무경험이었다.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기업탐방과 현장실습 과정 등을 운영하면서 이론과 실무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교육과정을 수강하는 최종관씨(27)는 "정보통신공학 전공이라 학교에서 이론 수업은 많이 들었는데 K뉴딜 아카데미에서는 금융 앱 개발 등 실무에서 실제 필요한 교육이 진행됐다"며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면서 실제 서비스 개발도 하게 되면 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솔씨(23) 역시 "기업 탐방이나 현직자 멘토링 등도 있어서 꼭 금융IT 직무가 아니더라도 금융 관련 다양한 직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K뉴딜 아카데미는 삼성, SK, 현대, LG 등 주요 대기업뿐 아니라 엔터, 금융, 관광 등 다양한 업종에서 청년들을 위한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SM유니버스 연습실에서 K뉴딜 아카데미의 'K팝 댄스 지도자' 과정 수강생들이 댄스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SM 유니버스는 'K팝 댄스 지도자'를 양성하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K팝 댄스가 단순한 취미 영역을 넘어 이를 취업이나 창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과정이다.

지난 14일 서울 대치동의 SM 유니버스 연습실에서 수강생들은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맞춰 하우스댄스 연습에 한창이었다. 오전에는 하우스, 락킹, K팝, 팝핀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 연습을 3시간가량 소화하고 오후에는 외국어와 포트폴리오 작성 등 다양한 직무교육이 진행된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취업 기회가 더 적다는 점에서 K팝 댄스 지도자라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청년의 취업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강생 이지현씨(25)는 "저와 같은 꿈을 꿨던 친구들은 대부분 꿈을 포기하고 직장인이 됐다"며 "아직은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댄스 학원 강사나 춤 관련 통역 등의 일을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K뉴딜 아카데미는 직무교육 제공뿐 아니라 수 많은 취업 실패로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에게 동기부여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김민애 부산디자인진흥원 팀장은 "취업 실패가 반복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이 많고 상담을 진행하는 우는 학생들도 꽤 있다"며 "K뉴딜 아카데미는 취준생들의 마음을 열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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