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고 끌고 가는 '군검사 도베르만'이 훨훨 나는 이유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3.14 10:58
사진제공=tvN

‘군검사 도베르만’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2월 28일 첫 방송을 5.3%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2화에서 바로 7%를 찍고, 4화는 7.9%를 기록하는 등 쾌조를 보이고 있다. 시청률로 모든 걸 재단할 순 없지만 ‘군검사 도베르만’이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건 확실하다.

‘군검사 도베르만’(극본 윤현호, 연출 진창규)은 군법무관이던 부모의 사고로 군대를 기피하다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안보현)에게,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이 접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되었다는 건 도배만이 선(善)을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히어로가 아님을 드러내고,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의 존재는 이 드라마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군검사 도베르만’은 1화부터 4화까지 지지부진이라곤 1도 없는 스피디한 전개로 시청자에게 ‘사이다’를 안겨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군대 내에 존재하는 군 법정을 소재로 하여 전면에 다루는 건 이 드라마가 한국 최초. 군대를 피하려고 일부러 고등학교를 퇴학당하며 ‘중졸’이 된 도배만이 결국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다는 설정도 재미나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중졸이라는 초라한 학력과 ‘흙수저도 못 되는 똥수저’라 자조할 만큼 가진 게 쥐뿔도 없던 도배만에게 로펌 로앤원의 대표 용문구(김영민)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온다.

사진제공=tvN

군검사가 되어 5년간 궂은 일을 처리해주면 큰 돈과 파트너 변호사로 스카우트하겠다는 것. 이때 용문구 변호사는 군대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린다. “군대가 왜 노다지인지 알아? 대한민국에서 권력 쥐고 있는 놈들한테 군대는 시한폭탄이니까. 자식들이 면제받아도 문제, 가도 문제. 쉽게 말해서 가진 자들의 급소라 이 말이지, 군대가.” 국방의 의무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게 군대인데, 그것이 가진 자들의 급소가 되어 용문구 같은 사람들에게 노다지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은,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다.

도배만은 5년간 용문구의 충직한 개가 된다. 용문구가 모시는 방산업체 IM디펜스의 노태남 회장(김우석)의 걸림돌인 구산은행장을 제거하기 위해 ‘황제 군복무’ 사건을 조작하여 은행장 아들 안수호 병장(류성록)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술에 취해 잘못된 치료를 하여 건강하던 일병을 마비 증상으로 쓰러지게 만든 군의관을 봐주려고도 한다. 돈에 눈이 먼 재벌의 개인가 싶지만 반전이 있다. 안수호 병장은 알고 보니 ‘학폭 가해자’로 친구를 죽인 전력이 있고, 노태남 회장의 군 면제 프로젝트를 위해 힘 있는 병원장 아들인 군의관을 봐주는 듯 보였으나 법정에선 증인을 내세워 군의관의 죄를 낱낱이 파헤쳐 정의를 실현한다(노태남 회장의 확고부동한 군 면제 프로젝트를 위한다는 명목). 이처럼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안티 히어로, 다크 히어로는 ‘빈센조’ ‘모범택시’에서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한 바 있는데, ‘군검사 도베르만’은 누군가에겐 급소이고 누군가에겐 노다지인 군대를 배경으로 하여 한층 색다른 히어로를 보여주는 셈이다.

차우인을 연기하는 조보아는 ‘스위트홈’의 이시영, ‘원더우먼’의 이하늬, ‘마이 네임’의 한소희 등 최근 거세진 여성 액션 계보를 이으며 짜릿함을 안긴다. 빨간색 가발을 쓰고 성폭행을 저지른 일당들에게 킬힐을 휘두르고 현란한 발차기로 제압하는 모습, 도배만을 쫓는 해결사 설악(권동호) 패거리를 자동차 와이퍼 하나로 퇴치하는 모습에 군더더기란 없다. 게다가 차우인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 사고로 의문사한 아버지의 복수라는 이유는 있지만 그를 위해 폭력으로 사적인 복수를 단행하는 것은 물론 도배만의 각성을 위해 차량에 폭발물을 장치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는 등 극단적인 노선을 걷는 다크 히어로. 4화 말미에서 각성한 도배만이 ‘너의 충실한 사냥개가 되어주마’라며 차우인의 행보를 적극 도울 것을 보이며 두 명의 다크 히어로가 빚는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제공=tvN

‘군검사 도베르만’은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색다른 소재와 빠른 전개, 트렌디한 여성 캐릭터, 복수극이 주는 짜릿한 카타르시스 등이 장점이라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만화 같은 설정은 눈에 띄는 단점이다. 여성 최초 사단장인 노화영 장군(오연수)의 꼭두각시라고는 하지만 영향력 있는 방산업체인 IM디펜스를 20대 초반의 노태남이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아들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군대로 도피할 만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도 어머니는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똑같이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가 한호열(구교환) 캐릭터를 내세우며 코믹한 터치를 가미하되 군대 내 부조리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사회 고발물이었다면, ‘군검사 도베르만’은 ‘버닝썬 게이트’와 ‘황제 군복무’ 등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사회 고발의 성격을 띠되 ‘활극’에 초점을 맞춘다. 헐거운 설정과 개연성이 눈에 띄어도 앞만 보고 초고속 질주하는지라 시청자 또한 그에 호흡 맞춰 내달리는 형국이다. 단점이 있어도 넘어갈 수 있을 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는 소리.

‘군검사 도베르만’이 시청률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갈까. 확실한 건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면서 대중이 드라마 속 다크 히어로를 통해서라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사적 복수와 ‘배트맨’ 같은 자경단의 활약을 보고 싶어한다는 거다. 드라마는 짜릿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환호하는 세상은 다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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