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빼고 '우리만 폭망했다'

이주영(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4.20 14:48

자레트 레토 앤 헤서웨이 주연의 실화 드라마

사진제공=애플TV+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한 때 ‘공유경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사는 뜨거웠다. 자가용이 영업용 택시가 되고, 호텔 대신 가정 집을 빌려 쓰고, 길거리에는 전동 킥보드가 즐비하고, 단시간 차를 빌려탈 수 있는 승용차도 생겼다. 그 중에서도 굉장한 주목을 받은 건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였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좀 더 커뮤니티 공간에 가까워 보이고, 굉장히 힙한 바이브를 분출했던 탓에 위워크는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프리랜서, 창업가들은 비싼 월세 대신 사용자 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공유 오피스에 매혹되었고, 위워크 뿐만 아니라 우후죽순 생겨난 공유 오피스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음료는 물론이고 맥주도 공짜다. 누가 그걸 마다 하겠나. 각설하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건 그 돌풍의 주역, 위워크를 창조해낸 애덤 뉴먼이라는 인물이다. 아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애플티비+에서 8개짜리 에피소드로 제작된 시리즈이며, 타이틀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다.

시리즈는 창업자 애덤 뉴먼이 어떻게 위워크를 생각해냈고, 또 어떻게 엄청난 투자를 받아 발군의 유니콘 기업이 되었으며, 일종의 부동산 임대업이 어떻게 IT 기업으로 둔갑했다 갑작스레 내리막 길을 걸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렇게만 시놉시스를 표현하면 마치 다큐멘터리 같다. 물론 ‘우린 폭망했다’ 이전에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OTT 플랫폼인 훌루(HULU)에서 ‘위워크’라는 타이틀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폭망했다’는 실화에 기반한 흔한 영화 또는 시리즈들처럼 흥미롭게 극화된 드라마다. 애덤 뉴먼과 그의 부인 리베카 뉴먼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서는데,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압권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제일 잘나가는 배우 중 하나인 자레드 레토가 청년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신화 애덤 뉴먼을 연기하고, 할리우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앤 헤서웨이가 리베카 역을 맡았다. 사실 이 캐스팅만으로도 ‘우린 폭망했다’를 시청할 이유가 명확해진다.

사진제공=애플TV+

이런 배우들을 발판 삼아 ‘우린 폭망했다’는 한 사업가의 흥망성쇠를 대단히 극적으로 그려낸다. 이미지는 ‘팝’하고, 사운드는 ‘힙’하다. 그러니까 무겁게 내러티브를 끌고 간다기보다는 진중함을 가지되 경쾌함을 잃지 않는 측면으로 제작되었다는 말이다. 특히 자레드 레토의 광기 어린 연기는 세상의 수 많은, 최근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업자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대체 저 플랫폼은 적자 투성이 일 것 같은데 그리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고? 남의 세상 일 같은, 하지만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펀딩 사례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 (좋은 의미의) 사기를 쳐야 큰 투자를 받을 수 있구나라는 씁쓸함 말이다.

각설하고 ‘우린 폭망했다’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동시대 한 인물의 욕망에 대한 할리우드적 결과물이다. 위워크가 승승장구하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투자받고, 전 세계 대도시의 부동산을 점령해나다 상장을 앞둔 기업 공개(IPO) 시점에서 애덤 뉴먼을 쫓아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폭풍처럼 쏟아낸다. 이 작품에서 하나 더 흥미로운 건 바로 소프트뱅크 회장 역을 맡은 배우다. 바로 한국 배우 김의성이다. 그의 출연 분량이 그리 크진 않지만 꽤나 묵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위워크를 쥐락펴락한 것이 바로 소프트뱅크였기 때문. 그래서 자레드 레토와 함께 한 순간에서의 김의성이 상당히 돋보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진제공=애플TV+

분명 스타트업 기업의 역사를 망라하는 순간에서 위워크의 애덤 뉴먼은 독보적 위치에서 논해질 것이다. 그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했던 천재였건, 혹은 희대의 사기꾼이었건 간에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거다. 동시에 여전히 부동산 임대업의 큰 손으로 활약하고 있는, 아직도 젊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의 이야기가 거대한 할리우드 산업 내에서 다큐멘터리로, 시리즈로 제작된 것 자체만 봐도 얼마나 화제였고, 논란이었던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제 틀린 말이다. 스타트업 기업을 유니콘으로 만든 이들은 망해도 평생 간다라고 해야 한다. 최근 애덤 뉴먼을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1조원 이상 규모의 부동산 임대 사업자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린 폭망했다’는 제목과 달리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8개 에피소드 시리즈는 위워크라는 기업의 폭망보다는 애덤 뉴먼이라는 CEO의 폭락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애덤 뉴먼은 폭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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