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종빈 감독의 재미를 위한 이야기

한수진 ize 기자
2022.09.20 13:37
윤종빈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비릿한 욕설 사이로 묵직한 주먹이 오고가는 한국 누아르의 정취와 자잘하게 박혀 있는 위트, 스크린 너머까지 홍어 냄새를 진동하게 만드는 것 같은 하정우의 야무진 먹방과 현생 구원이 가능할 것만 같은 황정민의 우아한 설교 말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윤종빈 감독의 첫 드라마 넷플릭스 '수리남'은 "역시"라는 말이 나오는, 보고 즐길거리가 확실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도 믿지 못할 만큼 드라마틱한 실제 사연이 넘쳐흐른다. 윤 감독이 실존 인물과 인터뷰하며 전해 들은 이야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때론 영화보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걸 '수리남'을 통해 실감하게 한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6부작 드라마다.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3위까지 오르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니콜라스 케이지도 걸작이라고 언급했다고 하니 간만에 넷플릭스의 구겨진 체면을 세운 작품이라 할 만하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인 하정우와 '공작'에서 한 차례 호흡했던 황정민, 그리고 넷플릭스 공무원이라 불리는 박해수를 비롯해 유연석, 조우진, 장첸 등 주연급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수리남'은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윤 감독이 아니었다면 성사되지 못했을 라인업이다. 윤 감독은 이 묵직한 배우들을 데리고 감칠맛 넘치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냈고, 대중은 그가 만들어낸 그 어떤 작품보다도 맛있게 '수리남'을 즐기는 중이다.

윤종빈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실감하시나요?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동창들부터 제 자동차 보험 담당자까지 '재밌게 봤다'고 연락이 왔어요. 플랫폼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를 느꼈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니콜라스 케이지까지 SNS에 '수리남'을 잘 봤다고 올려서 놀랐죠."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마약과 코카인의 역사를 먼저 공부했어요. 그래야 이야기를 제대로 꾸며낼 수 있으니까요.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의 마약법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마약이 미국에 유통된다면 미국은 당사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작정 수사를 해요. '깡패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흥미로웠던 부분이에요."

이미 파블로 에스코바르 이야기를 다룬 '나르코스' 시리즈 같은 미국드라마가 많이 있어요. '수리남'은 어떤 부분에서 차별점을 두려고 했는지요?

"애초에 마약물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평범한 인물이 언더커버가 되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했고, 그 배경이 마약상이었던 거죠. 영화를 찍을 때보다 작가로서의 욕심을 좀 내려놓고 힘을 빼고 찍으려고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게 이번 작품의 베이스였죠."

작품 속 이야기가 실화의 어느 정도까지 반영됐나요?

"수치적으로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투영된 건 확실해요. 이 시리즈의 핵심은 마지막까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거예요. 저도 강인구 역할의 실제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분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다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러면서도 믿을 수밖에 없었고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저도 몰라요."

실존인물에게서 들은 그때의 이야기는 어땠어요?

"제 기준으로는 평범한 민간인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정원 작전에 투입됐다는 게 납득이 쉽게 안 됐어요. 여러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물었죠.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순간 납득이 되더라고요.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수리남'에서도 앞부분에 짧게나마 이러한 성격을 전사로 남긴 거고요. 강인구라는 인물 설정은 실제 이야기에서 80% 따왔다고 보면 돼요. 실제 이야기가 너무 극적이고 영화적이라 살리지 못한 것들도 많아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사람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의 사람이 아니에요. 남다른 생존 능력과 강인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꼈죠."

배경이 수리남이었는데 어떻게 촬영을 진행했나요?

"수리남에서의 촬영은 불가능했어요. 남미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찍었어요. 산토도밍고의 실제 대통령궁에서 찍었어요. 도미니카에서는 대체적으로 촬영 협조가 좋았어요. 해가 지는 장면 찍을 때 대통령이 헬기 타고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았었는데 찍을 분량이 좀 남았으니 좀 늦춰달라고 했었거든요. 저희가 그런 말을 한 게 수용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촬영은 방해없이 잘 마쳤어요."

첫 시리즈물 작업 소감은?

"9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막바지에는 육체적으로 정말 바닥을 치더라고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달고 살았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만 빼고 다 걸린 거 같아요. 아파도 안 아파야 했죠. 시리즈물 연출을 혼자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 했어요. 박찬욱 감독님께 연락을 해서 '왜 영화 감독들이 시리즈물을 나눠서 연출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시리즈물을 또 할 생각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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