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를 통해 주목받은 차주영은 '원경'을 통해 스펙트럼을 확실하게 넓혔다.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던 이유는 결국 진심이었다. 탈모가 생기고 디스크까지 얻을 정도로 쉽지 않았지만, 차주영은 끝까지 진심을 다해 원경을 빚어냈다.
지난 11일 종영한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극본 이영미, 연출 김상호)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를 중심으로로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 사이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 역을 맡은 차주영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마음 졸이면서 봤다"는 차주영은 '원경'을 마무리한 소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잘 봤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시도한 것도 많았고 덜어낸 것도 많고 추가한 것도 많은 작품이거든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모든 순간, 모든 장면을 후반 작업까지 공들였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영상으로 담길지 전혀 몰랐어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마음 졸이면서 봤어요."
작품 공개 전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차주영은 "'원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차주영은 "정통사극에 가까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시기적절하게 들어왔다"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정통 사극에 가까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사극 대본이 몇 개 들어왔는데 가장 과감했던 작품이에요.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다는데 언제 제가 누군가의 일대기를 그려보겠어요. 시기적절하게 제가 원하는 것을 그려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겨서 고민 없이 하게 됐어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주영은 '원경'으로 첫 사극, 첫 타이틀롤에 도전했다. 특히 타이틀롤이라는 부분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차주영은 "시간이 지나며 부담감을 느꼈다"며 촬영 현장을 돌아봤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저는 '주인공'이라는 것보다는 인물 그 자체가 중요해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은 인물이라면 항상 열려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타이틀롤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어떻게 연기하고 표현할지가 부담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타이틀롤의 부담을 체감하게 됐어요. 그냥 연기만 잘하고 진심을 담고 열과 성을 다하는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제 생각 이상의 책임감을 요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다만, 차주영이 맡은 원경은 그동아 많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분명 역사적 인물이긴 하지만 사료가 부족하고, 앞서 여말선초를 다룬 작품에서 많은 선배 배우들이 원경을 연기했다. 차주영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내 식대로 접근했다"며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을 설명했다.
"정보도 많지 않고 선배님들이 앞서 표현했던 원경이 강렬했어요. 그걸 깨야 하는데 각인되어 있는 원경왕후의 이미지를 벗겨내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제 식대로, 제가 느끼는 대로 접근했어요. 공부도 나름 했지만, 비워진 부분이 워낙 많잖아요. 제가 원경왕후라고 생각하고 대본에 쓰인 걸 느끼는 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차주영이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랑'이었다. 차주영은 "원경의 감정과 선택의 기저에는 사랑이 있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생겼을 때마다 사랑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고 생각했다.
"원경왕후를 준비하면서 원경이 느끼는 감정과 선택의 기저에는 항상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을 바탕으로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죠. 캐릭터를 연구하며 답이 없을 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해 봤어요. 자식, 남편, 백성, 신하, 친구까지 모든 것의 연결고리는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원경'의 초반 화제성을 담당한 것은 과감한 노출신이었다. 차주영은 노출이 키워드로 떠오를 것에 대해 "예상 못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을) 아주 못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제가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에만 신경 쓰고 연기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이런 소회를 풀어낼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진심은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모두의 마음에 들거나 모든 지점이 최선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원경'이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데 왕실 부부의 침실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앞서 '더 글로리'에서도 노출에 나섰던 차주영으로서는 부담이 생겼을 수도 있던 터. 그러나 차주영은 본인의 노출보다는 실존 인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더욱 걱정스러워했다.
"말을 조심하게 되는 건, 제가 하는 일이지만 저만 하는 일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연결 지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저를 향한 이목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실존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혹여나 피해가 갈까 조심스럽기는 했어요. 누군가는 '그 정도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죄송스러웠어요. 그래도 함부로 제 욕심에 취했던 건 아니에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주영의 압도적인 연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담하고 기품 있는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낸 차주영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방원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극 중 이방원과 차주영은 화합하고 반목하지만 차주영은 이방원을 연기한 이현욱과 남다른 전우애로 작품을 만들어갔다.
"의지할 사람이 저희 둘뿐이었잖아요. 작품에서는 그렇게 사랑하고 미워하는데 아마 현욱 오빠가 없었으면 원경도 없었을 거예요. 같은 편에서 누구보다 차분하고 치열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전우애가 남다른 것 같아요. 원경과 방원이 나이가 들었을 때 개경을 가자는 방원에게 원경이 '임금 노릇 하느라 애썼다'는 대사를 하잖아요. 결과적으로는 담백하게 나왔지만 촬영할 때는 우느라 대사를 못했어요. 촬영하면서 지냈던 시간과 부부로 연을 맺고 세월이 지나가는 감정이 교차하면서 그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어요."
또한 아들 성녕대군을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과 끝내 지키지 못한 아들을 마주한 원경의 애끓는 모성애를 처절한 오열로 표현한 차주영의 열연은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저릿하게 했다. 이를 비롯해 감정적으로 극한에 몰리는 상황을 자신의 연기로 표현하며 남다른 소화력을 자랑했다.
"그런 장면이 후반부에 몰아서 나타나는데, 그때는 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마지막 회 대본은 받고 나서 열어볼 때마다 울었어요. 아마 몇 주간은 울면서 현장에 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기적으로 고민도 있었어요. 계속 더한 사건들이 나타나는데 조절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조절은 하되 모든 것은 진심을 다해 하자고 만들었어요."
이처럼 차주영은 ‘원경’을 통해 견고하게 쌓아온 저력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간의 작품 속 캐릭터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새로운 얼굴, 연기로 자신만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차주영은 원경처럼 자신도 성장하는 것 같다며 '원경'을 통해 배운 것들을 돌아봤다.
"캐릭터와 실제 제가 같이 성장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원경왕후 역시 고려에서 태어나 조선의 여자가 되는 과정에서 왕비가 되고 처음 겪는 게 많았을 거잖아요. 처음에는 그게 어설프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화면에서도 어설프게 녹여진 장면이 있지만, 나중에 우리가 해나가는 것들이 보여지고 설명된다면 이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차주영은 '원경'을 촬영하며 전에 없던 탈모도 경험하고 디스크까지 경험할 정도로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 차주영은 "다시 머리카락이 날 때까지는 사극을 못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사극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전했다.
"잃는 게 너무 많아요. 머리카락도 잃고 디스크도 오고 과호흡도 심하게 왔어요. 심리적인 부담에 신체적으로도 너무 힘이 드는데 희한하게 사극이 주는 판타지가 있어요. 제가 사는 세상과 동떨어진 시대를 사는 것이 주는 판타지가 있더라고요.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고 배우 생활하면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극 말고도 다른 장르에도 열려 있었다. 차주영은 "제가 살아보는 세계를 동경하게 만들고 싶다"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게 정말 많아요.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하면서 여러 시대에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살아보는 세계를 동경하고 궁금하게끔 만들고 싶어요. 제가 그런 걸 느껴서 배우를 하는 것처럼 보시는 분들도 저와 비슷한 온도를 느끼실 수 있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